[한경잡앤조이=조혜원 시나몬 콘텐츠 디렉터] 오늘은 또 다른 덕후 한 명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 ‘쥬라기 공원’이 인생작인, 공룡을 무척 좋아하는 나의 동료 T가 그 주인공이다. T의 덕력이 어느 정도냐 하면,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 등장하는 공룡 소리가 무엇이든 간에, 몇 편, 어느 장면에 등장하는 무슨 공룡인지 정확하게 맞춘다는 것이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T는 공룡처럼 현존하지 않는 존재를 재현할 수 있는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T는 상상만 하던 아주 큰 규모의 SF, 판타지 시나리오 작업을 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았고 지금 나와 함께 아주 즐겁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이렇듯 무언가를 향한 관심과 덕질이 발전해 직업으로 삼게 되었을 때 우리는 ‘덕업일치'라는 말을 쓰곤 한다. 예로 이탈리아 영화의 대표 걸작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1988)’을 들어보자. 유년 시절부터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하던 영화 마니아 ‘토토’가 영사 기사로, 그리고 이후에는 유명한 영화 감독이 된다. 토토야 말로 덕업일치를 이룬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토토처럼 덕업일치를 하려면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 있어야 겠다. 바로 꿈을 이뤄가는 과정이 이어질 수 있도록 둘러싼 주변의 여러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창시절에 본 많은 사람들, 개인적인 경험으로 비춰보았을 때, 영화 감독이나 작가가 되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영화제 출품, 수많은 공모전 혹은 어시스턴트 경력을 거쳐 내가 만들고자 하는 영화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제작사를 만나야 하는데 이 과정이 무척 힘들고 지난하다. 설사, 계약을 하더라도 여러 외부적인 이슈로 인해 제작이 연기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거절당하고 실패하는 경험의 연속, 이런 과정과 시간을 견디면 언젠간 빛을 볼 거라는 말보다 이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제작 플랫폼이나 서비스가 많다면 어떨까.
다행히도 가상세계와 3D그래픽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캐스팅과 로케이션의 제한없이 컴퓨터만으로도 영화와 드라마 제작이 가능해지고 있다. 사실 이미 기존의 실사 영화와 드라마도 CG를 통해 실사 제작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애니메이션 산업 역시 모션캡쳐 촬영을 통해 제작 업무를 최적화 시켜 나가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는 인공지능 등 여러 기술들과 접목되면서 점점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조만간 전공자뿐만 아니라 비전공자들도 제법 그럴싸한 3D 애니메이션 작품을, 무려 혼자 창작할 수 있는 시대가 몇 년 안에 도래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 사람들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덕업일치를 꿈꾸는 이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 힘들어하지 않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도 추가해보면 좋겠다. 그러면 영화인과 잠재적 영상 제작자 개개인이 더욱 적극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공룡이든, 애니메이션이든, 케이팝이든 누군가의 덕력이 담긴 다양한 작품들이 존재하고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의 삶이 더욱 다채로워질텐데 말이다.
나는 동료들과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다. 누구나 버추얼 휴먼을 만들 수 있고, 버추얼 휴먼을 활용한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그렇게 탄생한 영상 작품들에서 창출된 수익을 창작자들과 나눌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이다. 우리가 선보일 서비스가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창작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더 많은 새로운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길 기대해본다. 영화 시네마 천국 속 토토는 ‘성공한’ 영화감독이 되었다. 그래서 돌아온 고향의 극장에 앉아,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도, 눈물도 지을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조혜원(해초) 씨는 스타트업 경력 10년차. 성장하던 회사, 폐업한 회사를 거쳐 현재는 UGC(User Generated Contents)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콘텐츠 플랫폼 ‘시나몬(Cinamon)’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시나몬에서의 직급은 콘텐츠팀 디렉터로 요즘 내년 초 출시할 3D UGC플랫폼 ‘프로젝트D(가칭)’ 개발에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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