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즈쿠리’(물건 만들기·장인정신)로 유명한 일본 기업 중엔 역사가 오래된 곳이 많다. 일본 제조업이 몰려 있는 나고야 지역에서도 설립된 지 100년이 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 이들 기업은 선대부터 이어져 오는 기술과 경영철학을 계승 발전시켜 세계 일류 강소기업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이어진 일본 경제의 저성장과 인력 고령화, 설비 노후화, 원재료 상승 등으로 경쟁력을 잃은 곳도 적지 않다.
나고야 중심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다케우치 테크노는 창업 100년이 넘은 기업이다. 1916년 철공소에서 시작한 이 기업은 직원 수 130명의 작은 규모지만, 1963년 세계 최초로 이동식 자동 세차기를 개발했다. 지금은 어디서나 눈에 띌 정도로 보편화한 자동 세차기의 선구자로 볼 수 있다. 2016년에는 자동 세차기 누계 판매 대수 12만5000대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독보적인 기술을 자랑하는 다케우치 테크노의 경영 이념은 일본의 전통적인 상인 덕목으로 유명한 ‘삼포요시’(三方良し)다. 삼포요시란 판매자와 구매자만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 주변 사람들도 이득이 되도록 한다는 뜻이다. 이 회사의 다케우치 에이지 사장은 자사와 거래하는 모든 납품 협력사까지 가족처럼 챙겨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회사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생산 현장의 인력난과 미진한 설비 자동화로 후발 기업들의 도전이 거세다. 한국의 정보기술(IT) 인재를 소개해 달라는 이 회사의 요청에 따라 공장 시찰을 했다. 복잡하고 섬세한 공정을 거쳐 생산할 수 있는 세차기는 하루 4대. 고객사의 개별 수요에 맞춰 품질을 철저하게 보증해준다는 장점을 내세우지만, 국내외 경쟁 업체의 대량 생산 제품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품질 제일주의로 소량 생산 방식을 고수할 것인지, 자동화 공정으로 생산량을 늘려 가격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이 회사 경영진의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나고야에서 1시간 거리인 오카키시에 있는 다이헤이요우코우교(太平洋工業)라는 회사도 1930년 설립돼 100년이 다 돼 가는 기업이다. 설립 당시부터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면서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직원 수 4700여 명, 자본금 73억엔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사의 타이어용 밸브코어(타이어 공기압을 유지하는 부품)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한다. 이 회사에 방문했을 때 바다와 멀리 떨어져 있는 내륙에 있는 회사 사명에 왜 태평양이 들어가 있는지 연유를 물어봤다. 그러자 직원은 “설립자인 오가와(小川) 집안의 성이 ‘작은 개천’을 의미한다”며 “이를 태평양과 같이 넓은 바다로 키우자는 의미를 사명에 담았다”고 답했다.
사명에 걸맞게 이 회사는 끊임없이 신사업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자사 핵심 기술인 타이어 공기압 센서 기술을 응용해 축산 기술 신제품도 개발했다. 소의 위장에 온도, 가속도 센서를 탑재한 캡슐을 삽입시켜 소의 질병, 분만, 교배 관련 정보를 축산농가에 제공하는 신기술이다.
이 회사의 신사업 개발 총괄 센터장은 “회사 성장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어떤 기업과도 협력할 의사가 있다”면서 기술이 뛰어난 한국 스타트업의 적극적인 소개를 부탁했다. 일본의 100년 모노즈쿠리 기업조차 변화를 요구받는 시대다. 이런 변화의 물결이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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