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당국이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선포했다. 국가보안법과 제로 코로나 정책에 맞물려 홍콩을 이탈하는 학생 수가 급속도로 불어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
16일 (현지시간)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애국 교육 지원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애국주의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의 지원 속에 설립된 '애국 교육 지원센터'는 오는 9월 학기부터 초중고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일국양제와 중국 헌법, 국가 안보 등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리 장관은 “청소년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계승자다”라며 “어릴 때부터 중국사를 배우고 민족 정체성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과거 숨은 의도를 가지고 외세와 결탁한 일부가 청년의 국가관을 오도하고 국민 교육에 오명을 씌웠다”며 “당국은 학교가 올바른 중국 역사, 중국의 문화와 가치를 가르치고 국가 안보 의식 강화 교육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주민들의 이탈 행렬을 불어나게 하는 정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학교는 공립·사립을 불문하고 입학 경쟁이 치열했다. 중국에서 홍콩으로 통학하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2019년 홍콩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2020년부터 이어진 국경봉쇄로 인해 홍콩 주민 이탈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21년~2022년 동안 3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홍콩을 떠났다. 공립학교와 국제학교 사이의 ‘정부 직접 보조금 학교(DSS)’의 학생 수가 급감했다. 한국의 자립형 사립고처럼 교육 커리큘럼을 짜는 게 한층 자유로운 DSS는 입학할 때 경쟁률이 공립학교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DSS가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국제학교가 내국인 학생에게 입학 장벽을 낮춰 DSS에 대한 수요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2021년부터 2년 동안 DSS의 입학률은 78%를 기록했다. 입학률이 80% 밑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의 모든 학교를 통틀어 입학률이 가장 낮았다.
SCMP는 "DSS를 중퇴한 학생 대부분이 중국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일부 국제학교에서도 내국인 입학생 수를 늘리며 위기를 타개하려 하지만, 학생 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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