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열린 남자골프 메이저대회 디오픈 2라운드. 타이거 우즈(47·미국·사진)가 18번홀(파4)로 걸어오자 그를 기다리던 갤러리들이 모두 기립했다. 약 5분간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우즈의 얼굴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우즈가 ‘골프의 성지’로 불리는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맞이한 여섯 번째 디오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우즈의 우승 도전은 이틀 만에 마무리됐다. 우즈는 이날 3오버파를 쳤고 중간합계 9오버파 153타로 출전선수 156명 가운데 공동 148위를 기록했다. 우즈보다 순위가 낮은 선수는 7명. 대부분 은퇴한 이 대회 역대 우승자들이었다. 우즈는 “여기에 다시 오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대회를 위해 최선을 다한 우즈였기에 더 아쉬운 결과였다. 그는 지난해 2월 자동차 사고로 두 다리가 산산조각 나는 부상을 딛고 올 4월 마스터스에서 재기했다. 이후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코스’라고 누누이 얘기해온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디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PGA챔피언십에서 일찍 기권했고, US오픈은 아예 건너뛰었다. 하지만 47세라는 나이와 사고 후유증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5~7년 주기로 디오픈을 치르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다시 디오픈이 열리는 건 일러야 2027년이다. 우즈는 “다시 이곳에 돌아오면 경기할 몸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올드코스와의 작별을 고했다.
현지에선 현실의 벽에 부딪힌 우즈가 은퇴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왔다. 그가 18번홀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배경도 은퇴를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우즈는 “(코스가 험난한) 디오픈에 다시 출전해 경쟁할 순 없을 것 같지만 은퇴는 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다만 우즈는 당분간 대회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했다. 시즌 종료까지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등 큼지막한 대회가 많이 남았지만, 사실상 디오픈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감했다. 메이저대회 통산 15승을 거둔 우즈는 메이저 최다승 보유자인 잭 니클라우스(18승)에게 3승이 모자란다. 그는 “올해 남은 기간에는 출전 계획을 하나도 세워놓지 않았다”며 “운 좋게 올해는 메이저대회에만 세 번 출전했는데, 다음 대회는 일러야 내년께일 것 같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우즈의 다음 대회가 내년 4월 열리는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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