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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은 흔적을 남긴다"…피 한방울로 진단하는 액체생검 개발 '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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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우리나라 국민 사망 원인 1위입니다. 인구 10만 명당 496.2명(2019년, 국립암센터)이 암에 걸립니다. 최근에는 항암제 못지않게 암을 진단하는 방식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암 덩어리를 째거나 바늘을 찔러 종양 일부를 떼어내는 ‘침습적’ 조직검사 대신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비침습적’ 액체생검 방식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적게 걸리고 환자 거부감도 덜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암 진단 액체생검 개발은 혈액에서 ‘암의 흔적’을 찾아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정상 세포에는 없고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흔적’이 있으면, 암에 걸렸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가장 일반적인 흔적은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혈액 내 특정 유전자(DNA) 조각입니다.

암세포는 전이와 증식에 유리한 주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상 유전자를 특정 형태로 바꿔버리는 특성이 있습니다. 돌연변이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혈액에 떠다니는 이런 ‘변형된 유전자 조각’을 순환종양핵산(ctDNA)이라고 합니다.

비정상 유전자의 존재는 혈액으로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이나 유전자증폭(PCR)을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암의 흔적’은 유전자 조각 말고도 있습니다. 암세포는 그 자체로 혈액에 떠다니기도 하는데, 이를 순환종양세포(CTC)라고 합니다. CTC를 잡아내는 것도 혈액검사 방식 중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혈액을 통한 암 진단이 어려웠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선 소량의 혈액으로 암에 특이적인 유전자를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암에만 있는 유전자 흔적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암세포는 분명하게 ‘흔적’을 남겼는데, 우리는 그 의미를 몰랐던 것입니다. 한진일 젠큐릭스 이사는 “변형된 유전자 부위가 암종별로 다르기 때문에 특이적인 암 진단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초기여도 ‘DNA 조각’은 떠다니기 마련이어서 극초기 암도 잡아낼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혈액 검사를 통한 암 진단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 에피지노믹스가 내놓은 대장암 조기 진단용 액체생검 제품이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국내에서는 젠큐릭스와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가 혈액 검사 방식으로 암을 진단하는 제품을 개발 중입니다. 젠큐릭스는 2024년 간암과 대장암 제품 출시가 목표입니다. 싸이토젠, 클리노믹스 등은 혈액에서 CTC를 찾아내 암을 진단하는 회사입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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