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경제대국 독일에서 나무, 석탄 등 땔감과 전통식 난로를 마련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러시아가 독일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등 겨울철 에너지 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독일 매체 RND 등은 14일(현지시간) “가스 난방에 대한 대안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며 “나무와 석탄 땔감의 시대가 다시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독일 국민들이 올겨울을 나기 위해 석탄이나 땔나무를 미리 비축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독일 최대 건축자재 판매체인점 바우하우스에서는 나무와 펠릿(목재 압축 연료) 난로, 전기 라디에이터 수요가 전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또 다른 건축자재 판매체인점인 호른바흐에서도 목재 연료 난로에 대한 문의가 작년에 비해 최소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나무 땔감을 찾는 사람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 독일 산림지역인 헤센주 산림조합에는 벽난로용 목재 연료를 구입하겠다는 연락이 빗발치고 있다. 산림조합 관계자는 “통상 독일 전역의 39개 사무소를 통해 개인 고객이나 전문업체에 장작을 판매해왔는데 최근 들어 개인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많아졌다”고 했다.
자원 부국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에너지 공급난 우려를 부추겼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러시아산 자원을 단계적으로 금수하고 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차단하며 맞불을 놓고 있는 것도 에너지 대란 우려를 고조시켰다.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지난 11일부터 열흘간 유지·보수 작업을 이유로 발트해 해저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통한 공급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가스 소비량의 50% 이상을 러시아산 수입에 의존해오던 독일은 연료비 폭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러시아산 가스 비중이 20%를 밑도는 프랑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혁명기념일을 맞아 프랑스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유럽으로 오는 가스 밸브를 무기로 악용하고 있는 만큼 러시아산 가스가 완전히 끊기는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등 끄기를 생활화해달라는 주문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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