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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이코노미] 페이스북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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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네트워크는 컴퓨터다(THE SOCIAL NETWORK IS THE COMPUTER).’ 페이스북 본사에 그려진 벽화 문구다. 애플이 맥북을 판매한다면 SNS 기업들이 판매하는 것은 네트워크다. 오늘날 사회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연결망의 접속점이며 페이스북과 트위터, 와츠앱, 위챗, 인스타그램 등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의 거대한 정보 처리 장치다.
좁아진 세상, 군집화와 동질성
18세부터 29세까지의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SNS 유저 비율은 2007년 9%에서 2013년 90%로 급증했다. 모든 연령대를 기준으로 하면 2013년 인터넷 사용자의 73%가 SNS를 사용했다. 10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팬데믹 수준으로 퍼져나간 셈이다. 이들이 사용하는 SNS는 ‘소셜 그래프’를 토대로 사용자들의 현실을 조직화한다. 소셜 그래프란 사용자가 소셜 웹사이트를 이용하면서 생긴 모든 정보를 의미한다. 사랄 아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0년간 소셜 그래프 연구를 통해 두 가지 규칙성을 발견했다. 바로 ‘군집화’와 ‘동질성’이다. 사람들은 예상보다 촘촘하게 무리를 이루고 있고, 여러 무리 간의 연결보다는 특정 무리 안에서의 연결이 훨씬 촘촘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여 있는 이들이 모두 비슷하다는 것이다.
금단의 삼각관계
우연히 내가 아는 사람과 친한 누군가를 만났을 때 “세상 참 좁다!”라고 외치며 놀라지만,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 이유는 마크 그라노베터의 ‘금단의 삼각관계’에서 찾을 수 있다. 금단의 삼각관계는 두 사람은 사이가 아주 가까운데, 나머지 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상황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런 사이는 현실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A, B, C 세 사람이 있을 때 A와 B가, A와 C가 서로 강한 유대를 맺고 있다면 B와 C도 약한 유대로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A가 B와 C 모두와 가깝다면, B와 C는 A와의 교류 과정에서 서로 만나 시간을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또 B와 C 모두가 A와 친하다는 점에서 이들도 서로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B와 C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고 불화가 있다면 A와 두 사람의 관계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B와 C 모두 A에게 C 또는 B를 만나지 말라고 압력을 넣거나 서로를 보지 않기 위해 A를 멀리하게 될 것이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사람들은 결국 비슷한 사람끼리 무리를 짓게 된다는 것이 금단의 삼각관계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좁은 세상으로 만드는 과정을 ‘삼각관계 폐쇄’라고 한다.

삼각관계를 폐쇄하려는 사람들의 특성은 디지털 소셜 네트워크 안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즉, 다른 무리와는 약하게 연결되고 같은 무리에서는 끈끈하게 연결되는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컬럼비아대의 사회학 교수인 던컨 와츠는 동질적인 무리 내 사람 간의 경로도 매우 짧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의 책 《Small World-여섯 다리만 건너면 누구와도 연결된다》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든 평균 6단계의 연결 고리만 거치면 연결된다는 것을 설명했다. 친구 추천 알고리즘이 있는 디지털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강하다.
삼각관계 폐쇄 지향 알고리즘
페이스북도 시장 진출 초기 군집성과 동질성을 활용했다. 경쟁사인 마이스페이스를 이기기 위해 페이스북은 대학 시절 친구들을 표적으로 삼아 다른 무리보다는 같은 무리에 속하는 사용자들을 끌어모았다. 문제는 이들이 삼각관계 폐쇄를 지향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하면서 자연상태에서보다 세상이 더욱 협소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공유된 콘텐츠는 소셜 네트워크상에서 순식간에 세계 인구의 상당 부분에 도달할 수 있다. 가짜뉴스가 과거에 비해 더 빨리 퍼지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매우 동질적인 사람끼리만 네트워크를 형성하다 보니 인종이나 민족, 정치 이데올로기, 호불호 등에서도 동질성을 선호하는 현상이 목격된다. 이는 정치적 양극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디지털 소셜 네트워크는 군집성과 동질성을 더욱 강화하며 우리 삶에 더 깊이 그리고 교묘하게 다가올 것이다. 네트워크의 힘은 언제나 우리 삶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과거 전화와 인터넷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이는 디지털 소셜 네트워크로 옮겨 왔다. 이들을 매개로 연계되는 관계가 개인의 만족을 넘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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