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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재 업종의 주가 흐름이 지지부진하다. 소비재 기업에 대한 투자업계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된 가운데 두 달 새 주가가 84% 급등한 업체가 있다. 미국 온라인 반려동물용품 업체인 츄이다. 월가는 츄이를 경기 침체에도 실적이 꺾이지 않을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니덤 “주가 바닥 지났다”
13일(현지시간) 츄이는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0.4% 오른 42.8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월 24일 기록한 연중 최저가인 23.31달러 대비 주가가 84% 뛴 상태다. 같은 기간 S&P500 업종별 지수가 경기 침체 우려로 횡보한 것과 대조된다. 이 기간 S&P500 비필수소비재지수는 3.8% 올랐다.츄이는 아마존과 함께 반려동물용품 시장의 온라인화를 선도한 업체다. 매출의 72%가 반려동물용품 정기배송 사업에서 나온다. 아마존이 여러 유형의 다양한 소비재 상품을 판매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 츄이는 아마존이 공급하는 제품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양질의 제품을 내놓는 데 주력한다.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주문 후 다음날 배송되는 익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도 강점이다.
츄이에 대한 관심이 정점에 달한 시점은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2월이다. 비대면 쇼핑이 일상화되자 온라인 플랫폼 경쟁력을 갖춘 이 회사의 주가는 118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후 주가가 밀렸으나 투자업계는 최근 츄이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니덤은 지난달 말 “츄이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며 이 회사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목표 주가로는 55달러를 제시했다. 앞서 웨드부시는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조정했다. 웰스파고도 ‘비중 확대’ 의견을 내놨다. 투자정보매체 팁랭크에 따르면 애널리스트 16명 중 츄이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낸 비율은 69%(11명)다.
반려동물용품 온라인 트렌드 선도
츄이에 호의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반려동물용품 시장이 다른 소비재보다 거시경제 변화의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애나 앤드리바 니덤 애널리스트는 “역사적으로 반려동물 시장은 제품 가격이 오르더라도 소비가 쉽게 줄지 않는 비탄력적인 성격을 띠었다”고 분석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더라도 반려동물에 대한 소비를 쉽게 줄이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츄이의 온라인 배송 서비스 이용률도 높다. 지난 5월 미국 투자은행인 레이먼드제임스가 반려동물 사료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8%가 츄이의 배송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아마존 배송 서비스 이용률(44%)보다는 낮지만 반려동물 전문 슈퍼마켓 이용률(30%)보다는 높은 수치다. 리오프닝에도 아마존, 츄이 등 온라인으로 반려동물의 사료를 구매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는 의미다.
실적 흐름도 좋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1분기 16억2139만달러이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 1분기 24억2833만달러로 2년 만에 50%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적자이던 영업이익도 1분기 소폭 흑자(1882만달러)로 돌아섰다.
경쟁 과열로 고객을 빠르게 확대하기가 여의치 않아졌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경쟁사인 미국 바크는 자체 제작한 반려동물용품을 소비자에게 매달 제공하는 맞춤형 구독 서비스를 하고 있다. 투자전문매체 시킹알파는 “지난 1분기 츄이 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4% 늘어났다. 이는 고성장 플랫폼의 성장률로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