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연 2.25%로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렸다.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후 처음으로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에 진입한 데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을 염두에 둔 불가피한 결정이다. 하지만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경제에 코로나19 재유행까지 겹쳐 경기 침체 우려가 급속히 확산하는 시점에 단행한 만큼 소비·투자 위축과 고용 감소 등 긴축 부작용에 대한 입체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가장 먼저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금융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는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 차주 비중은 올해 3월 말 현재 전체 차주의 6.3%다. 금융당국은 이들을 대상으로 특례 보증상품 등을 통해 금리 지원에 나서는 한편 가계대출 프리워크아웃 확대, 신용회복제도 활성화 등 취약계층의 신용 위기를 막기 위한 정책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지급액이 늘면서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가구도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7.2%는 연소득의 대부분을 빚을 갚는 데 쓰는 이른바 ‘적자가구’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빅스텝을 계기로 시장금리가 과도하게 치솟지 않도록 주시하면서 정책 서민금융 재원 확대 등 금융안전망 확충에 나서야 한다.
한은 빅스텝에 따른 실물경제 충격을 줄이는 것은 정부 재정의 몫이다. 지난 정부에서 나랏돈을 흥청망청 쓴 탓에 여력이 없는 것이 문제다. 예산 총액을 늘리지 않는 선에서 재정지출의 승수효과가 미약한 현금성 복지 지출과 경직성 재량지출 사업은 줄이거나 미루고, SOC(사회간접자본) 등 경기 방어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 지출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 편성에 현 경제 상황을 적극 반영하면서 기존 지출구조와 방식을 전면 개편해야 할 것이다. 기업과 가계도 재무구조 악화와 가처분소득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비용 절감과 근검절약에 나서야 한다. 글로벌 양적완화 이후 10년 넘게 이어진 초저금리와 정부 돈 풀기가 이제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현실을 자각하고 체질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빅스텝을 현실화하면서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연 3.0%에 도달하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았다. 올해 남은 금통위는 세 차례(8·10·11월)다. 매번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물가 못지않게 경기 침체와 고용 문제도 우리 경제에 무척 중요하다. 전반적인 경기 흐름을 대변하는 국내 경기동행지수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이미 급강하하는 추세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이 둔화하는 등 고용시장에도 먹구름이 깔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파른 금리 인상은 자칫 임계치에 다다른 가계부채를 경착륙시키고, 실물경제 침체를 가속화하는 ‘오버킬(과잉 대응)’로 이어질 수 있다. 추가 금리 인상에 세심한 속도 조절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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