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7월분 주택 재산세 부과액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5% 증가했다. 지난해 주택 재산세 증가율(전년 대비)이 15.8%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오름폭이 줄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공언하면서 1주택자 재산세를 깎기 위한 조치를 취했는데도 재산세가 오히려 늘어난 것이어서 1주택자 사이에선 “뒤통수를 맞았다”는 불만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급등한 부동산 공시가격으로 인해 정부의 재산세 완화 조치 효과가 반감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재산세 5% 증가
서울시는 7월분 재산세 부과액이 2조43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부과액(2조3098억원)보다 1276억원(5.5%) 증가했다고 12일 발표했다. 건축물 등을 제외한 주택분 재산세 부과액은 같은 기간 1조6546억원에서 1조7380억원으로 834억원(5.0%) 늘었다. 주택분 재산세는 7월과 9월에 절반씩 부과된다.정부와 서울시는 올해 1주택자에 한해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 계산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을 60%에서 45%로 낮췄다. 재산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서울지역 재산세 부과 대상 주택의 절반이 넘는 193만2000건이 혜택을 받았다. 또 공시가격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 보유자에게는 세율을 0.05%포인트 추가 인하해줬다.
그런데도 재산세 부과 총액이 늘어난 데 대해 서울시는 “주택 신축 등으로 과세 대상 건수가 증가한 데다 재산세 과세표준이 되는 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서울지역 주택 공시가격은 공동주택의 경우 평균 14.22%, 단독주택은 9.95% 인상됐다.
공시가 급등에 ‘백약이 무효’
올해 재산세 인상률이 서울 평균을 웃도는 사례가 적잖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경제신문이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에게 의뢰해 분석한 결과 올해 공시가격이 5억4000만원인 서울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전용면적 84㎡)는 재산세 부과액이 지난해 31만원에서 올해 34만원으로 9.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하왕십리동 풍림아이원(전용 84㎡)은 공시가격이 지난해 5억7000만원에서 올해 6억7600만원으로 올랐고, 이에 따라 재산세는 지난해 43만3000원에서 올해 56만3000원으로 세 부담 상한선인 30%까지 뛴 것으로 분석됐다.이 같은 현상은 문재인 정부가 주택 공시가격을 급격히 올린 여파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라 2020년 69%이던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90%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전까지 한 자릿수에 그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19.05%로 치솟았고, 올해도 17.22% 뛰었다. 올해 재산세에 적용된 공시가격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3월 23일 정해졌다.
하왕십리동 풍림아이원처럼 공시가격이 작년엔 6억원 이하였다가 올해 6억원을 초과한 경우 재산세 부담이 대폭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주택 재산세는 공시가격에 따라 연간 상승률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3억원 이하 5% △3억원 초과~6억원 이하 10% △6억원 초과 주택은 30%로 연간 상승률이 제한된다. 즉 공시가가 작년에 6억원 이하였다가 올해 6억원을 넘는 주택은 작년에 미처 반영되지 못했던 재산세 상승분까지 올해 추가로 반영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은 세 부담 상한선(연 10%)이 상대적으로 낮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동안 급등한 공시가격 상승분이 세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올해 공시가격이 오르지 않았더라도 재산세가 늘어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진/안상미/이정호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