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골퍼들의 예루살렘’으로 불린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코스(1552년)이자 골프의 발상지여서다. 그래서 골퍼들은 올드코스가 있는 스코틀랜드를 ‘골프의 고향(home of golf)’이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5~7년에 한 번씩 열리는 ‘디오픈 챔피언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 대회다. 1860년 시작해 올해로 150번째 대회를 맞이했다.
프로골퍼의 선수 수명을 대략 30년으로 치면,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디오픈에 참여할 기회는 많아야 5~6번이다. 2010년 세인트앤드루스에서 개최된 디오픈에서 우승한 루이 우스투이젠(40·남아공)은 “디오픈에서 우승하는 건 매우 특별한 일이지만, (특히 그 우승을) 세인트앤드루스에서 하는 건 꿈을 꾸는 일과 같다”고 했다.
그 어려운 걸 타이거 우즈(47·미국·사진)는 두 번이나 해냈다. 메이저대회 15승 중 3승을 디오픈에서 거뒀고, 그중 2승(2000, 2005년)을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이뤘다.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린 디오픈만 따지면 2연패 한 셈이다. 우즈를 제외하곤 잭 니클라우스(1970, 1978년)와 제임스 브레이드(1905, 1910년)만 해낸 일이다.
오는 14일 개막하는 제150회 디오픈은 1996년 프로로 데뷔한 우즈가 세인트앤드루스에서 맞이하는 여섯 번째 경기다. 미국 CBS스포츠는 “이번 대회가 우즈에게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열리는 마지막 디오픈은 아니겠지만,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우즈 본인도 잘 알 것”이라고 썼다. 지난해 2월 교통사고로 두 다리가 성치 않은 40대 후반 골퍼를 냉정하게 보면 이런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우즈는 이번 디오픈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그는 지난 4월 열린 마스터스를 마치면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내 마음에 가장 가깝고 소중한 곳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라며 “그래서 (올해 디오픈에) 꼭 출전할 것이다. 그 중간에 열리는 대회들은 최선을 다하겠지만, 출전을 확신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마스터스와 디오픈 사이에 있는 PGA챔피언십, US오픈 등 다른 메이저대회보다 디오픈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마지막 성지순례’에 나서는 우즈는 있는 힘을 다해 디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골프위크에 따르면 우즈는 9일(현지시간)과 10일 이틀 동안 올드코스에서 연습라운드를 치렀다. 9일에는 ‘절친’ 저스틴 토머스(29·미국)와 함께 18홀을 돌며 칩샷, 퍼팅, 웨지샷을 점검한 뒤 해가 떨어진 오후 10시40분이 돼서야 클럽하우스에 돌아왔다. 우즈는 10시간 뒤인 10일 오전 8시40분에 다시 코스에 나타났다. 두 번째 연습라운드에서는 모든 클럽을 써가며 샷을 점검했다. 퉁퉁 붓는 다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라운드 전후로 1~2시간 얼음찜질을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제대로 잠도 안 자고 연습장에 나온 셈이다. 여기에 지난주 열린 이벤트대회인 JP맥매너스프로암, 연습 라운드 등을 포함하면 그가 최근 1주일간 경기한 홀은 90홀에 달한다.
골프위크는 “우즈의 드라이버 샷은 페어웨이를 벗어났지만, 아이언 샷은 비교적 정확했다”고 평가했다. 또 체중이 오른발에 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으며, 절뚝거리면서 걸었다고도 했다. 인터뷰를 사양한 우즈 대신 마이크 앞에 선 토머스는 “우즈가 이곳에 와서 기분이 아주 좋은 것 같다”며 “올드코스는 (마스터스가 열린)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이나 (PGA챔피언십이 열린) 서던힐스보다 평탄하다. 우즈는 잘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도박사들은 우즈의 우승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고 있지 않다. 미국 ‘벳MGM’이 11일 공개한 디오픈 우승자 배당률에서 우즈는 임성재(24), 우스투이젠 등과 함께 41 대 1을 기록했다. 출전 선수 156명 중 공동 20위다. 도박사들은 우승 후보 1순위로 로리 매킬로이(11 대 1)를 꼽았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6·미국)가 13 대 1로 뒤를 이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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