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의혹 규명이 본격 시작됐다. 국가정보원이 당시 정부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직권남용)로 서훈 전 국정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데 이어, 그제는 탈북어민들이 자필로 귀순의향서를 작성했다는 사실까지 통일부가 공식 인정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귀순 의도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 “귀순에 진정성이 없다”고 탈북어민 2명의 귀순 의사를 초지일관 가리기 바빴다. 심지어는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는 진술을 분명히 했다”(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는 발언까지 했다. 귀순의향서 작성이 사실이라면 문 정부가 왜 이런 사실을 숨겼는지, 왜 상황을 거꾸로 왜곡해 설명한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풀려야 할 의혹은 이뿐만 아니다. 국정원이 통상 보름 이상 걸리는 정부합동조사를 개시 사흘 만(2019년 11월 3~5일)에 서둘러 끝낸 이유 등도 석연치 않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통제할 곳은 당시 청와대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자진 월북으로 끌고간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도 연상시킨다. 서해 피살 사건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앞둔 시점, 탈북어민 사건은 부산 한·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기 사흘 전에 일어났다. 김정은 눈치를 보느라 억울한 죽음을 당한 공무원과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포기한 것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탈북어민 강제북송 결정은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이었다. 설사 북한 해역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헌법상 북한은 한국 영토이고,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수사권도 원칙적으로 우리 측에 있었다. 16명 살해와 북방한계선 남하 시도의 경위는 파헤치지 않은 채 “그자들은 희대의 살인마”(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나 “북한이 규명해야지, 우리가 할 문제가 아니었다”(정의용 전 외교부 장관)고 둘러댄 것은 그래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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