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20·사진)은 올해 초 ‘오일 머니’를 앞세운 리브 골프인비테이셔널 선수 영입 명단 상단에 있었다. 이들이 꼽은 ‘세계 100위 이내 선수’ 중 하나였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상금·대상·평균타수상을 휩쓸었고, 아시안투어에서도 상금왕(2020~2022시즌)에 오른 게 그 배경이다.
하지만 김주형의 최종 선택은 오일 머니가 아니었다. 원래 꿈이었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만 전념했다. 비록 정회원 자격은 없었지만, 세계랭킹 상위권에 있어 기웃거리듯 몇몇 대회에 출전했다.
김주형은 오래된 꿈에 한 발 더 다가갔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노스베릭 르네상스클럽(파70)에서 열린 2022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다. 이날 그는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5언더파 275타를 기록했다. 아직 PGA투어 회원이 아닌 김주형이 PGA투어 대회에서 ‘톱10’에 진입한 건 이번이 처음. PGA투어와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대회는 14일 개막하는 메이저 디오픈의 전초전이면서 총상금을 800만달러(약 104억4000만원)나 내걸어 세계 톱랭커가 총출동했다.
톱랭커들 틈을 뚫고 좋은 성적을 내면서 세계 랭킹도 껑충 뛰었다. 지난주 61위였던 그는 이날 대회 후 발표된 랭킹에서 39위로 도약했다. 한국 선수 가운데 김주형보다 순위가 높은 건 23위의 임성재(24)가 유일하다. 이경훈(31)이 42위로 뒤를 이었다. 김주형은 이번 대회에서 상금으로만 55만2000달러(약 7억1000만원)를 벌었다. 이는 그가 지난 시즌 코리안투어에서 상금 1위를 차지하며 벌었던 상금(7억5493만원)과 맞먹는 금액이다.
이 대회에서 우승은 최종합계 7언더파 273타를 친 잰더 쇼플리(29·미국)가 차지했다. 올 시즌 3승이자 투어 통산 7승을 거둔 쇼플리는 우승상금 144만달러(약 18억7000만원)를 챙겼다.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은 DP월드투어 최상위 5개 대회를 일컫는 ‘롤렉스 시리즈’ 중 하나다. 지난해까지 DP월드투어 홀로 주관했으나 제네시스가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PGA투어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그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날 직접 현장을 찾아 우승자에게 트로피를 건넸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