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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한국 우주발사체 사업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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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들어간 해에 스푸트니크 1호가 지구 궤도를 돌았다. 군 복무를 마친 해에는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을 내딛고서 “그것은 한 사람으로선 작은 걸음이었지만, 인류로선 거대한 걸음이었다”고 말했다. 10년 전엔 보이저 2호가 태양권계면(heliopause)을 지나 성간공간(interstellar space)으로 들어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누리호가 발사된다는 소식에도 무덤덤했다. 막상 텔레비전을 켜고 카운트다운 장면을 보노라니, 속에서 더운 물살이 차올랐다. 임무가 완수됐다는 소식을 듣자, 우리 시민들이 내쉬는 안도의 한숨이 들리는 듯했다.

누리호는 우리에겐 뜻깊은 이정표다. 매사에 뒤늦게 시작해서 앞선 나라들을 따라잡은 패턴에 사례 하나가 더해졌다. 이제 우리 처지를 고려한 현실적 사업 계획을 세워야 한다.

먼저 고려할 조건은 우리의 우주발사체 개발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그동안 우주발사체 발전에서 1)독일군의 V2 로켓 2)스푸트니크 1호 3)유리 가가린이 탔던 보스토크 1호 4)아폴로 11호 5)바이킹 화성 탐사 사업 6)스페이스X의 발사체 재사용 같은 이정표가 나왔다. 지금 우리는 2단계에 진입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것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

다른 편으로는, 우주발사체는 군사적으로 중요하다. V2 로켓이 말해주듯, 우주발사체와 탄도탄은 같은 기술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깨워주듯, 인공 위성망은 통신과 정찰에서 필수적 무기 체계가 됐다. 군사적 필요에 따라 언제라도 위성을 띄울 수 있는 능력은 이제 필수적이다. 북한의 탄도탄과 핵무기는 이런 필요를 극대화한다. 따라서 우리의 우주발사체 개발은 지구 궤도의 군사화 추세에 따르는 군사적 목적에 국한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현실적으로, 정치적 고려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시민들이 환호할 성취는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이다. 태극 마크 선명한 우주 조종사가 달에 발을 내딛는 모습에 감격하지 않을 대한민국 시민이 있을까?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2031년 달 착륙선을 발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쉽게도, 외계에서 사람이 할 일은 없다. 그렇지 않다면, 스물이 넘는 우주 조종사를 달에 보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그 사업을 중단했겠는가? 얄궂게도 지금 NASA는 그 사업을 되살리려고 한다. 예산을 확보하는 데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윤 대통령은 우주 자원 채굴을 언급했다. 과학소설에선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철과 니켈로 이뤄진 소행성을 지구 궤도로 끌어온다는 설정이 낯익다. 경제성을 떠나 그런 기술은 21세기엔 나올 수 없다.

우주 관광도 거론되지만, 사람은 외계에 잠시라도 안전하게 머물 수 없다. 거센 방사선도 문제지만, 무중력엔 대응할 길이 없다. 무중력 상태에 놓이면 우리 몸은 이내 적응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몸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체액이 위쪽으로 몰려서 얼굴이 붓고 망막과 뇌가 상한다. 모든 근육이 빠르게 사라지고 뼈가 녹는다. 이 과정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병에 걸릴 가능성도 부쩍 커진다. 면역력이 줄어들고 우리와 공생하는 세균들(microbiota)이 변화를 일으켜 무해한 세균도 독성을 지니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오래 머문 조종사들의 경우, 예외 없이 잠복했던 바이러스들이 활성화됐다. 이런 사실들에 대해 NASA는 말을 아끼거나 완곡어법을 쓴다.

우주 개발의 상징인 화성 이주도 비현실적이다. 화성에서 중력은 지구의 37.7%다. 게다가 방사선 때문에 지하에서 살아야 한다. 그런 환경에서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없다. 금성의 중력은 90.7%지만, 그곳의 대기는 지구보다 92배나 무겁다. 그 대기를 없애고 숨 쉴 수 있는 대기로 채우는 일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할 수도 없다.

사람이 살 수 없으므로, 외계의 경제적 가치는 그리 크지 않다. 예측 가능한 미래까지는 군사적 가치가 압도적일 것이다. 우리는 그 바뀔 수 없는 조건을 고려해서 우주발사체 사업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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