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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는 안전자산입니다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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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현상이 커지고 있습니다. 주식이나 회사채 같은 위험자산보다 채무 불이행 위험이 없는 무위험 자산으로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습니다. 국고채가 대표적인데 이로 인해 국고채 금리는 하락 중입니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무위험 자산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투자를 하면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수익 또한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위험이 낮은 자산을 찾아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달러, 금, 국고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벼락거지로 전락할 수 있는 시기에 안전한 투자자산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할까요. 필자는 2가지를 우선적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변동성입니다. 상승과 하락 등 특정의 방향성이 아닌 변동성 즉 진폭을 의미합니다. 변동성이 큰 상품은 오를 때는 정말 행복하겠지만 내릴 때는 세상이 멸망한 것과 같은 고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장기투자를 고려하는 분들이라면 이렇게 변동성이 큰 상품은 선택하는 것은 건강상에도 해롭습니다.

연초 대비 대표적인 투자상품의 변동성을 살펴봤습니다. 코스피지수는 무려 500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가상화폐의 대표자산인 비트코인은 반 토막이 났습니다. 하지만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서울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오히려 올랐습니다. 불과 8개월 전인 2021년 11월로 돌아가면 정반대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큰 변동이 없습니다만 코스피지수와 특히 비트코인의 경우 널뛰기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자산 가치의 변동 폭이 큽니다. 단 8개월 사이 자산 가치가 30%대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나마 비트코인은 양호한 수준입니다. 여타 가상화폐는 훨씬 더 심각한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변동성이 크다는 건 장점도 있습니다. 오를 때는 많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투자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게 됩니다. 이건 경제 여건과 큰 관련이 없습니다. 본인이 보유한 자산의 대부분을 가상화페와 같은 변동성이 극심한 상품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잘되면 좋지만 지금과 같이 하락기에는 전 재산을 날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 규모가 커지면 안전한 자산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두 번째는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서의 기능입니다. 현재 경제 상황이 인플레이션이냐 스태그플레이션이냐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여기에 경기침체를 더하느냐 아니냐의 차이겠지요.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유망한 투자자산은 금, 미국 달러, 원자재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대부분 안전자산이라고 일컫는 상품들인데 물가 상승기에는 금, 달러, 원자재 등의 자산을 활용해 변동성에 대응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의 흐름을 관찰하면서 본인이 가진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조절해야 합니다.

달러를 제외하면 금과 원자재는 실물자산입니다. 통상적으로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가상승으로 화폐 가치가 하락해도 금값은 유지 또는 상승한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실제로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투자 전망에 의하면 3개월, 1년 뒤 온스당 금 목표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물가가 상승하는 시기마다 실물자산인 원자재의 가치는 올랐습니다. 다양한 원자재 중 주목할 필요가 있는 원자재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원자재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화폐 가치가 내려갈 때 자산을 방어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 두 가지 실물자산이 가진 가장 중요한 특징은 희소성입니다. 아무리 실물자산이라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늘릴 수 있는 자산은 물가 상승기에 안전자산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의 아파트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분간 서울의 아파트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실물자산으로 경기 방어 효과 또한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서울의 아파트를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정비사업의 경우, 원자재와 인건비를 포함한 원가 상승으로 인해 사업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습니다.

연준과 한국은행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을 믿고 싶습니다. 경기연착륙과 물가안정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바램입니다. 증시 하락이 계속되지 않고 반복적으로 반등의 움직임이 있는 것도 이런 기대를 반영한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투자자산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과 장기 자산 배분의 변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희소성 인플레이션(scarcity inflation) 시대 어떤 자산으로 미래를 대비할지는 오롯이 투자자들의 몫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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