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치로 불어난 기업의 차입금과 재고자산이 기업의 복합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쌓이는 재고가 기업의 실적을 훼손하고, 치솟는 금리는 기업 이자 비용을 늘릴 것이란 관측이다.
6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기업의 차입금(예금은행 기업 대출과 회사채 발행 잔액 합계)은 1483조810억원으로 사상 최대로 집계됐다. 작년 말보다 60조6000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차입금이 불어나면서 기업의 재무구조도 나빠졌다. 지난달 발표한 한은의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대기업의 부채비율은 작년 말 81.5%로 전년 말보다 3.3%포인트 상승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7년 후 가장 높았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뜀박질하면서 기업들의 부채 상환 압박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우량 기업 조달금리인 회사채 AA-등급 금리(무보증 3년물 기준)는 연 4.128%에 마감했다. 최저치(2021년 8월 19일·연 1.790%)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오는 13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2.25%로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회사채 등의 금리 인상 흐름도 이어질 전망이다.
뜀박질하는 금리와 불어난 이자 비용이 기업들을 옥죌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외부감사 기업 조달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번 돈으로 이자 비용도 갚지 못하는 기업들의 비중이 34.1%(지난해 말 기준)에서 39.5%로 상승한다고 봤다. 기업들의 신용리스크가 지속해서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불어난 재고도 기업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상위 30대 상장사(금융회사·지주회사 제외)의 재고자산 규모는 148조4297억원으로 사상 최대로 집계됐다. 작년 3월 말과 비교해서는 39.2%(41조8107억원) 늘었다.
최근 가계의 씀씀이가 줄어드는 만큼 재고 자산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에 따라 기업의 재고 평가손실이 커지고, 투자와 생산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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