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 회장단을 만나 한·일 기업 간 교류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게이단렌 회장단은 ‘한·일 재계회의’ 참석차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그동안 얼어붙었던 한·일 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교류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4일 도쿠라마 사카즈 게이단렌 회장(스미토모화학 회장)과 만찬을 함께했다. 5일엔 삼성그룹 영빈관인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히가시와라 도시아키 게이단렌 부회장(히타치그룹 회장)과 오찬을 했다.
두 일본 기업은 삼성과 인연이 깊다. 스미토모화학은 삼성전자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스마트폰용 편광필름을 공급하고 있고, 삼성과 사파이어 웨이퍼 합작회사를 운영 중이다. 히타치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급처 중 하나다.
이 부회장과 히가시와라 부회장은 반도체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일본의 소부장 수출 규제가 시작된 2019년에도 일본에서 게이단렌 임원진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그해 9월 열린 일본 럭비 월드컵에 유일한 한국 기업인으로 초청되기도 했다.
경제계는 향후 민간 차원의 한·일 협력 관계가 다시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경제계와 인연이 깊은 이 부회장의 두 나라를 잇는 가교 역할을 맡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87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타계 직후 당시 서울대에 다니던 이 부회장과 히타치·마쓰시타·소니·도시바 같은 일본 주요 고객사를 방문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이 부회장은 일본 주요 파트너에게 위로 서한을 보내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도 친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민간 외교관으로서 소부장 생태계 복원 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게이단렌은 1946년 설립된 일본 최대 경제단체로 1494개 기업, 108개 단체 등이 가입해 있다. 게이단렌 대표단은 4일 한국을 방문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제29회 한·일 재계회의를 열었고, 같은 날 오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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