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지난 2분기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집중적으로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닥’인 줄 알았던 주가가 ‘지하’까지 뚫고 하락하면서 3배 레버리지 ETF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은 큰 폭의 손실을 보고 있다. 3배 레버리지 ETF는 특정 지수의 하루 변동폭을 3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의 2분기(4월 1일~6월 30일)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4개 종목이 3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증권(ETN)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 종목의 순매수 금액은 18억6503만달러(약 2조4200억원)에 달했다.
대부분 미국 성장주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이었다. 나스닥지수의 하루 변동폭을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를 9억4820만달러,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의 하루 변동폭을 3배로 따라가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SOXL)’는 7억5794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서학개미들은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으로 구성된 지수의 하루 변동폭을 3배로 추종하는 ‘마이크로섹터스 FANG+ 인덱스 3X 레버리지 ETN(FNGU)’은 7957만달러, FAANG 종목과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기술주로 이뤄진 지수를 3배로 따라가는 ‘마이크로섹터스 FANG&이노베이션 3X 레버리지 ETN(BULZ)’은 7932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미국 성장주 불패 신화에 대한 믿음이 투자의 바탕이 됐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면서 성장주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학개미들이 받아든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TQQQ ETF가 59%, SOXL ETF는 66% 하락했다. FNGU ETN과 BULZ ETN은 각각 66%, 74%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다.
서학개미들이 해외 레버리지 ETF에 몰리는 이유는 파생상품 거래를 동반하는 국내 ETF 시장의 규제 벽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3배짜리 레버리지 ETF 상품 출시를 금지하고 있다. 2배짜리 레버리지 ETF 상품도 투자 문턱을 높였다. 국내에서 2배짜리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려면 기본 예탁금 1000만원을 맡기고, 사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에 상장된 3배 레버리지 ETF에 투자할 때는 이런 제약이 없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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