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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 새 30% 급락한 철광석·비철價 '딜레마'…"하반기 경기침체 신호탄" [기업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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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글로벌 물류대란을 거치며 치솟던 국제 원자재 가격이 최근 들어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철광석 구리 아연 알루미늄 등 산업 생산의 기반이 되는 철강·비철금속 원자재 가격은 최근 3개월 새 20~30% 가량 급락했다. 이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일제히 꺾인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여 만이다.

주요 철강·비철금속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올 하반기 글로벌 경기침체 조짐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재 가격 추이에 희비가 엇갈렸던 국내 전방·후방산업 분야 기업 모두 수요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제히 하락한 철강·비철금속

4일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 수입 기준 철광석 현물 가격은 지난달 말 t당 113달러로, 3개월 전인 4월 초(154달러) 대비 26.6% 하락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초 t당 90달러 초반대였던 철광석 가격은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공급 부족으로, 지난해 중반께 사상 처음으로 200달러를 돌파했다. 이후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작년 말 90달러대로 떨어졌지만 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16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다시 하락한 것이다.

철강업계는 인플레이션과 세계 각국의 긴축재정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철강석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철강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이 올해 경기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 건설과 자동차, 가전 등 전방수요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감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선행지표 역할을 톡톡히 해 ‘닥터 카퍼’로도 불리는 구리는 지난달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런던금속거래소(LME) 현물 기준 구리 가격은 지난달 말 t당 8245달러로, 3개월 전 대비 19.5% 하락했다. 작년 중순까지 1만 달러대를 유지했던 구리 가격은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리가 ‘닥터 카퍼’로 불리는 이유는 수요량 추이를 통해 글로벌 경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구리 가격은 송전, 공장 설비, 건축자재, 차량, 기계장비 등 모든 전방산업에 영향을 줘 경기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구리 가격은 지난달 11% 하락해 월간 손실 기준 30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달 24일 t당 8122.5달러로, 1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구리와 함께 대표 비철금속인 아연과 알루미늄은 최근 들어 30% 안팎의 급락세를 보였다. LME 현물 기준 아연 가격은 지난달 말 t당 3252달러로, 최근 3개월 새 27.3% 급락했다. 아연 가격은 코로나19 사태 직후인 2020년 3월부터 2년 넘게 상승세를 이어오다가 지난 4월부터 급락하고 있다. 알루미늄은 지난달 말 t당 2397달러로, 최근 석 달 새 31.2% 하락했다. 비철금속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중국 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방·후방산업 모두 막대한 피해

통상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전방산업 분야 업체들은 원자재 구입비용 증가로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원자재를 가공하는 후방산업 기업들은 비용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할 수 있어 원자재 가격이 오를수록 이익을 내는 구조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지난해 ‘철강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역대 최고 실적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급등한 철광석 가격 인상분을 열연·후판 제품 등에 고스란히 반영한 것이다.

국내 비철금속 ‘양강’으로 꼽히는 고려아연과 풍산도 각각 아연과 구리 가격 급등세에 힘입어 작년 창사 이래 최대 이익을 냈다. 국내 최대 아연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은 아연 가격이 오를수록 정광을 제련해 준 대가로 광산업체에서 받는 제련 수수료(TC)가 상승해 이익을 낼 수 있다. 구리를 가공해 금속판이나 봉, 동전 등을 제조하는 구리 가공업체인 풍산은 구리값 급등에 따른 ‘롤마진’(제품가-원재료가) 상승으로 작년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문제는 원자재 가격 급락이 경기침체 신호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생산의 기반이 되는 철강·비철금속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하락한 것은 수요자들이 향후 경기침체를 예상하고 생산을 대폭 줄이려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각에선 코로나19 이후 과도하게 오른 ‘원자재값의 정상화’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다만 미국와 유럽의 경기침체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하락이 올 하반기 경기침체를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찾아오면 후방산업 업체뿐 아니라 전방산업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방산업 기업들은 원자재값 하락으로 비용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제품 판매가 급감해 실적이 추락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고려아연, 풍산 등 후방산업 업체들도 전방산업 수요 위축에 따른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판매도 줄어드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공개한 수출산업경기전망조사(EBSI)에 따르면 철강·비철금속 제품 지수는 74.2로 수출경기가 크게 나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향후 수출여건이 지금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는 뜻이다. 올 1분기(91.8)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주요 업종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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