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꺾일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내수마저 침체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 물가는 급등하고 있고, 반대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시장은 고꾸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자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소비를 위축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1년4개월 만에 100을 밑돌았다. CCSI가 100 미만이면 소비자가 현재 경기가 과거의 평균적인 경기 상황보다 좋지 않다고 평가한다는 것을 뜻한다. 물가지수(163)는 전달 대비 올랐지만, 주택가격전망지수(98)와 임금수준전망지수(116)는 각각 하락했다. 물가는 오르지만, 부동산 자산가치와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다.
한은은 당초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이 올해 하반기께 주춤하더라도 민간 소비가 확대돼 성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이 전년 대비 3.7%로 확대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 등으로 ‘보복 소비’가 확산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는 올해 초 3.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것보다 낙관적인 전망이었다. 한은은 “고용과 소득 여건이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자영업 업황도 개선되면서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은의 이런 전망과 달리 내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1분기 가계 명목 소비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3%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소비 증가율은 -1.4%를 기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향후 방역 상황 개선에 따른 보복 소비 심리보다 고물가에 따른 실질 구매력 약화로 소비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플레이션 현상이 완화되지 않는 한 소비 침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휘발유나 외식 가격이 뛰는데 소비를 늘릴 수 있겠느냐”며 “한은의 3%대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 것도 소비 위축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오는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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