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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단테 소나타 연주하려고 단테 '신곡' 외우다시피 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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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쩍은 듯 무대로 걸어 나와 수줍게 인사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18세 소년이다. 하지만 피아노 앞에 앉자마자 눈빛이 달라졌다. 진지한 표정과 섬세한 손길로 스크랴빈의 전주곡 1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후레쉬 세례에 미동조차 없었다. 이어 스크랴빈의 소나타 2번 1악장을 정교한 셈여림 조절과 부드러운 타건으로 들려줬다. 최근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열린 밴클라이번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마치 구도자의 자세로 음악에 빠져들던 모습 그대로였다.

제16회 밴클라이번콩쿠르 우승자 임윤찬(사진)이 낭만적인 스크랴빈 연주로 귀국 인사를 했다. 30일 서울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최연소 우승자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열흘 넘게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의 결선 연주(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유튜브 영상 조회 수는 지난 29일 기준으로 340만 건을 넘었다. 임윤찬은 18일 우승 직후 소감에서 “단 한순간도 기쁘지 않았다”며 “마음이 오히려 무겁다”고 했다. 지금은 달라진 게 있을까. 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며 “콩쿠르에서 우승했다고 해서 실력이 늘어난 게 아니니 더 열심히 연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윤찬은 이번 콩쿠르 1라운드 독주회에서 첫 곡으로 바흐를 연주한 뒤 약 90초 동안 침묵했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청중과 심사위원, 유튜브 생중계로 지켜보던 사람 중에는 ‘혹시 악보나 순서를 까먹었나’ 하고 마음 졸이는 이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차분하고 평온했다. 임윤찬은 “바흐에게 영혼을 바치는 마음으로 쳤다”며 “그런 (위대한) 곡을 연주하고 (스타일이 다른) 스크랴빈 곡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임윤찬은 “《데미안》과 법정스님 책을 재미있게 봤고 단테의 《신곡》은 반복해서 읽고 있다”고 했다. 그는 “2년 전 독주회에서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연주했는데 이 곡을 이해하려면 《신곡》을 읽어야 한다”며 “여러 출판사의 버전을 다 사서 봤고, 전체 내용을 외우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음악을 깊이 이해하려는 그의 열정과 탐구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임윤찬의 하반기 연주일정은 빡빡하다. 7월에 미국에서 밴클라이번 재단 주최로 콩쿠르 우승 기념 투어를 하고, 11월에는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 아시아 투어를 한다. 8월과 10월 예정된 국내 공연에는 이미 표가 매진되고 관련 문의가 쇄도할 만큼 클래식 팬들의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윤찬은 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높아진 인기와 관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제껏 다른 생각 없이 피아노만 치고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선생님(피아니스트 손민수)과 상의하면서 앞으로의 일들을 결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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