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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대수로·차나칼레 대교…'전설'을 짓던 韓건설, 代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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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해외 건설시장 최대어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석유공사(ADNOC)의 알누프 해수 처리 플랜트다. 총 공사비 20억달러(약 2조5729억원)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오는 8월 본입찰에 앞서 최근 시행한 입찰자격사전심사(PQ)의 1차 관문을 통과한 회사는 총 11곳. 일본 이토추, 스페인 악시오나, 이스라엘 IDE테크놀로지, 프랑스 베올리아 등 각국의 간판 건설회사들이다. 한국 회사 중엔 단 한 곳도 1차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있어야 경쟁이 가능한데 국내 건설사 중에서 PQ를 통과할 만한 실적을 갖추고 있는 곳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때 해외 시장 개척의 선봉 역할을 했던 건설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웬만한 해외 플랜트 수주 입찰에는 이제 명함조차 못 내밀 정도로 위축된 모습이다. 위기를 감수하는 ‘야성(animal spirit)의 상실’, 기술 경쟁력을 하향 평준화하는 ‘도토리 키재기’ 식 정부 입찰제도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건설 분야 한 전문가는 “국내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는데, 지금처럼 계속 해외 시장을 외면하다간 건설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올 상반기 해외에서 2억4899만달러(약 3219억원)어치 일감을 따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해 같은 기간(5억2765만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내부적인 경영 판단에 따라 적극적으로 해외 수주에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GS건설은 올해 경영 전략을 수립하면서 해외 사업을 사실상 후순위로 미뤘다. GS건설 관계자는 "올해 경영 전략을 수립하면서 기존 정유 플랜트 위주의 해외 사업을 신사업 부분으로 집중키로 했다"며 "기존 대규모 수주 중심의 양적 성장 기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운영 사업의 질적 성장 기조로 재편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에 몸을 사리면서 올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상반기 기준 115억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34억달러)보다 14.18% 줄었다. 상반기 기준으로 역대 해외 건설 수주액이 가장 컸던 2014년(375억달러)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국내 건설사의 연평균 해외 수주액은 최근 300억달러 선에서 정체되긴 했지만 올해처럼 쪼그라들기는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351억달러, 306억달러를 기록했다.

올 들어 공사 규모 10억달러 이상의 초대형 공사 수주는 단 한 건에 그쳤다. 삼성엔지니어링이 러시아에서 수주한 11억4260만달러 규모 발틱 화학 플랜트 프로젝트가 전부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발주 상황이 나쁘진 않지만 현대건설·삼성엔지니어링·GS건설·DL이앤씨·대우건설 등 대형 5개사의 올 1분기 해외 수주 실적은 연간 합산 목표치의 15.3%로 부진하다”며 “올 4~5월엔 신규 수주 소식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해외건설협회는 3년 전부터 이듬해 해외 수주 전망치를 아예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전까지는 매년 말 다음해 해외 수주 전망치를 공개해왔지만 최근 수년간 해외 수주액이 사실상 반토막 나자 공식 발표를 중단한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연간 700억달러 규모에서 300억달러 수준으로 내려앉으면서 내부적으로 전망치 발표의 의미가 크게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주춤한 사이 중국 건설사들은 해외 각 지역에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공격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이 2020년 매출 기준으로 발표한 세계 250대 건설사에 중국은 78곳이 이름을 올렸다. 튀르키예(터키)도 40곳이 포함됐다. 반면 한국은 11곳에 그친다. 대형 건설사 해외 영업 담당자는 “선진국엔 기술력으로 밀리고, 신흥국엔 가격 경쟁력으로 밀리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은정/심은지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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