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 정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종부세 부담을 높였지만 주택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 제도를 재검토해 주택 수가 아닌 주택 가격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도록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병목·송병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28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 공청회에서 "부동산 보유세는 개인이 부담할 수 있고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돼야 한다"며 종부세 중과제도에 대한 재검토 의견을 밝혔다.
조세연은 "우선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를 해소하고, 종부세를 중심으로 보유세 부담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종부세법은 1가구 1주택자에 혜택을 주고 다주택자에게는 중과세율 등의 '페널티'를 주는 구조로 설계돼 있는데, 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연은 "상위 자산가에 대한 과세 수단이라는 종부세의 역할을 고려할 때 보유 주택 수보다 과세표준(가액) 기준으로 전환해 세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유 주택 수 기준은 강남 등 서울 지역 주택 수요를 더욱 증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미 높아진 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종부세율을 하향 조정하고, 세 부담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세 부담 상한 제도도 함께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부동산 세금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며 전월세 가격 상승과 무주택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조세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수는 2017년 14조3000억원에서 2020년 20조원으로 39.9% 증가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중은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2%)을 웃돌았으며, 보유세와 거래세를 합친 부동산세수 비중은 3.3%로 OECD 선진국 평균(1.5%)의 2배를 넘었다.
종부세를 강화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세연은 "2018년 9·13 대책 결과 모든 공시가격 구간에서 주택가격 상승률이 유의미하게 둔화했지만 그 크기는 1%포인트 이하로 제한적이었다"며 "종부세 강화로 주택 가격 상승세의 안정화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9·13 대책은 종부세율을 0.1∼1.2%포인트 상향해 1가구 1주택자를 포함한 주택 보유자들의 세 부담을 강화한 정책이다.
장기적으로는 종부세를 재산세와 통합해 지방 공공서비스와의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세연은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내달 세법 개정안을 통해 세율 인하 등 근본적인 보유세 개편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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