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경찰 통제안'을 놓고 갈등을 벌였던 김창룡 경찰청장(사진)이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경찰 수장이 정부와 각을 세우고 사의를 표명한 것은 헌정 사상 최초다.
27일 김 청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사의 표명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 청장은 “경찰청장으로서 저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한 결과, 현 시점에서 제가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회는 경찰의 중립성과 민주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경찰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요인이라는 교훈 얻었다”며 “권고안은 이러한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그간 경찰은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고려하여 폭넒은 의견수렴과 심도깊은 검토 및 논의가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며 "저는 여기서 경찰청장을 그만두지만, 앞으로도 국민을 위한 경찰제도 발전 논의가 이어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의 권고안 발표,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 등 경찰과 행안부의 갈등이 증폭되며 이를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읽히고 있다. 다음달 23일까지 임기였던 김 청장은 한 달 앞당겨 사의를 표명했다.
경찰청장이 정부에 반기를 들고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여론에 밀리거나, 개인적인 비리에 의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단된 적은 있지만 정부와의 갈등으로 경찰청장이 직을 내려둔 적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에는 김 청장 사퇴 가능성에 대해 “(김 청장의) 임기가 한 달 남았는데 그게 중요한가”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장 사의는) 법과 절차 따라 처리될걸로 안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