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핀란드·스웨덴이 가까운 백해(White Sea) 내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핵잠수함 두 척을 부상시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한 뒤 여러 차례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주변국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유라시안타임즈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잠수함 전문가인 H.I 서튼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난 25일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인 드미트리 돈스코이(NATO 분류 타이푼급), 벨고로드 핵잠수함이 백해 수면 위에서 포착됐다"며 해당 내용(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드미트리 돈스코이는 러시아가 구소련 시절에 건조한 초대형 전략 핵잠수함(SSBN)이다. 타이푼급 SSBN은 냉전이 한창이던 1976∼1986년 사이에 여섯 척이 건조됐다. 길이(전장) 173m, 수중 배수량은 최대 4만8000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권에서 3m 이상의 해빙을 부수고 부상해, SLBM을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소련 붕괴 이후 경제난으로 여섯 척의 타이푼급 잠수함 중 드미트리 돈스코이함 한 척만 운영되고 있다. 클래식 잠수함 영화인 ‘붉은 10월’의 붉은 10월호는 타이푼급 잠수함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벨고로드 역시 길이 184m, 배수량 2만4000t의 초대형 특수목적 핵추진 잠수함이다. 이 잠수함은 수중 핵공격이 가능한 ‘포세이돈’이란 무인 잠수드론 6기를 탑재할 수 있다. 서튼은 "두 잠수함은 미국 최대 전략 핵잠수함인 오하이오급보다도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두 핵잠수함이 출항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유라시아타임즈 역시 "왜 백해에 출현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군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미국에 대항해 러시아 주변을 보호하는 태세이거나, 일상적 훈련 수행일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잠수함 핵전력을 서방국가들에게 과시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백해 주변에 스웨덴, 핀란드 등 나토에 가입하려는 유럽 국가들이 있다"며 "이같은 북유럽 국가들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까지 핵전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그간 유지해 온 중립국 원칙을 깨고 지난 달 18일 나토에 가입 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29일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의 서방 정상들에 대한 무력시위적 성격이라는 시각도 있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타이푼급 등 핵잠수함의 모항이 가까이 있기는 하지만 잠항하지 않고 부상해 이동하는 것은 무력시위 성격"이라고 해석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