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를 망칠 셈이냐.”
소니가 최악의 적자에 시달리던 2012년. 히라이 가즈오(62)가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을 때 사내에서 나온 비판이다. 소니의 작은 계열사 출신인 데다 평소 출세 경쟁에 관심도 없던 사람이 ‘전자 왕국’ 소니를 이끌기엔 역부족이라며 ‘자격 논란’이 거셌다.
6년 뒤. 소니는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20년엔 창사 이후 처음으로 순이익 1조엔(약 12조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사고 싶어도 없어서 못 사는 플레이스테이션5, 세계 최정상 음악가들의 소속사이자 음원사인 소니뮤직, 일본 역대 흥행을 모두 갈아치운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까지…. 존폐 위기에 몰렸던 소니는 변방의 계열사에서 온 이단아가 만들어낸 혁신의 톱니바퀴를 타고 세계를 호령하는 기업으로 거듭났다.
《소니 턴어라운드》는 히라이 가즈오가 쓴 책이다. 소니의 미래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과 판단을 했던 장면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는 ‘소니의 뿌리는 전자’라고 생각하는 조직문화부터 바꿨다. 반발을 무릅쓰고 PC사업부를 매각하고 TV사업부를 재편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소니 사옥 550매디슨도 팔았다. 이 빌딩은 소니 성공신화의 상징과 같았다. 그는 책에서 당시의 속마음을 고백한다. “소니는 지금부터 구조개혁에 들어간다. 거기에 성역이 끼어들 틈은 없다는 걸 전사적으로 보여주려 했다.”
히라이는 유년기엔 해외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살았다. 젊은 시절 음악이 좋아 CBS소니에 입사했고, 아티스트 지원 업무를 맡는 등 변방의 일을 주로 했다. 직장보단 개인이 중요하다며 주말마다 취미생활에 열중한 그는 “주류 사회에서 조금 벗어나 살아왔던 것이 경영자로서 철학의 기본이 됐다”고 말한다. ‘리더는 다른 의견을 구하는 자리이고, 모든 책임은 리더가 진다’는 원칙 아래 그는 6년 동안 세계 70여 개 거점을 돌며 임직원과 소통했다. 경영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직 구성원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담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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