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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삼성 턱밑까지 쫓아왔다"…한국 파운드리 '초비상' [강경주의 IT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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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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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합산 점유율이 사상 처음 10% 벽을 돌파했다. 대만 TSMC 타도를 외치던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중국 간 격차는 불과 6%대로 쪼그라든 상황. 중국 당국의 대규모 투자 공세와 인재 빼가기, 기술 유출이 지속될 경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 훼손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對) 중국 제재가 파운드리를 비롯한 중국의 반도체 영향력 확대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중국 파운드리 굴기(?起·우뚝 섬) 심상찮다
    25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와 화훙그룹, 넥스칩은 올 1분기에 총 33억2900만달러(한화 약 4조321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3개 기업은 중국을 대표하는 파운드리로, 시장 점유율 합이 10.2%를 기록했다. 전 분기 9.3% 대비 소폭 증가했지만 처음으로 10%대 점유율을 넘어서면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다. 지난해 4분기와 견줘 SMIC는 0.4%, 화훙그룹은 0.3%, 넥스칩은 0.2%씩 각각 점유율이 상승했다.

    특히 넥스칩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대형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주력으로 하는 이 업체는 지난해 4분기 한국의 DB하이텍을 끌어내리고 매출 상위 10위권에 진입하더니 올 1분기에는 인텔이 인수한 타워마저 추월, 9위에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1분기 삼성전자와 TSMC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파운드리 업체 상위 10곳 중 매출이 떨어진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해 더 뼈아프다. 1분기에 삼성전자는 53억2800만달러(약 6조9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 점유율 16.3%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 분기(55억4400만달러)보다 3.9% 줄었고, 시장 점유율도 18.3%에서 2%포인트 낮아졌다. 트렌드포스는 "단말기 시장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TSMC의 올 1분기 매출은 175억2900만달러(약 22조7000억원)로 전 분기 대비 11.3% 급증했고 시장 점유율도 52.1%에서 53.6%로 더 상승했다. 웨이퍼 인상과 고성능 컴퓨팅에 대한 강한 수요, 환율 효과가 더해진 결과다. TSMC와 삼성전자에 이은 3위는 대만 파운드리 기업 UMC로 점유율 6.9%를 가져갔다. 삼성전자가 쫓아가야 하는 TSMC는 격차를 더 벌렸고 중국 파운드리에는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중국 파운드리 약진 요인으로는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생산 능력 확대가 꼽히고 있다. SMIC는 지난해 4분기 약 2조6000억원 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전 분기 대비 97% 증가한 규모다. 화훙그룹도 지난해 4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51% 증가한 투자를 진행했다. 넥스칩 역시 올해 N2 공장을 구축, 생산 능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이미지센서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생산 제품도 다각화해 시장 변화 등의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은 공정 장비를 대거 확보하고 있어 앞으로 생산 능력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블룸버그통신은 반도체제조장비재료협회(SEMI)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해외로부터 구매한 반도체장비 구매액이 지난해 58%나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은 반도체 장비 구매 규모가 2020~2021년 2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2위였다. 중국은 장비 신제품뿐만 아니라 중고 제품까지 매입하는 것은 물론 고장난 제품까지 사들여 수리한 뒤 공정에 투입하는 적극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제재가 중국 반도체 굴기 가속화시켜"
    대규모 설비 투자보다 중국의 파운드리 성장 배경으로 더 설득력 있게 언급되는 요인이 있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가 도리어 중국의 '반도체 굴기' 속도를 가속화시켰다는 얘기다. 미국의 견제에 맞서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육성에 주력하면서 오히려 성장이 빨라졌다는 분석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블룸버그는 최근 "미국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MIC 등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각종 제재를 가했지만 오히려 중국이 자국 반도체 기업을 더 빨리 키우는 원동력이 돼 성장세를 부추겼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최근 4개 분기 세계 반도체기업의 평균 매출 증가세를 분석한 결과 상위 20개 중 19개가 중국 기업이었다. 그 직전 4개 분기 중국 기업이 8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대만 TSMC나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처럼 몇 배의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며 "중국 반도체의 약진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5500억달러(약 710조원) 규모의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모닝스타'의 펠릭스 리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따른 봉쇄 조치로 중국 내부에서 반도체를 자급자족하는 움직임이 커졌다"며 "봉쇄 기간 중 해외에서 반도체를 수입했던 중국 고객사들이 대체재를 자국 내에서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반도체 제조사의 입지는 계속 넓어질 것"이라면서 "앞으로 몇 년 동안 자동차, 가전제품 등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업종을 상대로 한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중국 파운드리의 지속적 성장을 점쳤다.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운 중국 당국은 외국산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고 반도체 공급망을 완전히 구축하기 위해 현지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추진 중인 '작은 거인 육성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다. 중국 당국은 미중 무역갈등을 계기로 기술 자립을 위해 해당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GAA 공정으로 만든 3나노, 파운드리 역전 홈런 날릴까
    여러 위기 상황에 봉착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초격차를 위해 3나노미터(㎚=10억분의1m) 반도체 공정 양산 카드를 꺼냈다. 3나노 반도체 양산은 세계 최초로, 삼성전자는 다음 주 이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 3나노 반도체를 경쟁사인 대만 TSMC보다 앞선 올 상반기 중 양산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11박12일의 유럽 출장을 다녀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귀국길에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며 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출장 직후 삼성은 그룹 전자계열사들이 한데 모여 지난 20일 긴급 사장단회의를 했다. 최고경영진 등 25명이 참석해 8시간 동안 장시간 진행된 이 회의에서는 차세대 기술 개발을 통한 '기술 리더십' 확보가 중점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7일부터는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의 반도체 글로벌 전략회의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파운드리 신공정에 대한 안정화 작업과 TSMC 추격, 중국 파운드리에 대한 대응책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정에 정통한 한 관리자급 인사는 "이 부회장이 '기술 삼창'을 외친 건 결국 기술만이 대만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며 "미국의 제재가 중국 기술 발전을 잠시 늦출 수는 있어도 아예 막지는 못한다. 일본으로부터 철저히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제재를 당하고도 일부 품목 자립에 성공한 경험을 가진 이 부회장이 그건 더 잘 알 수밖에 없다. 반도체에서 미국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기술 또 기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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