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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이 물가 실화냐"…장보러 갔다가 가격표에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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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이 그만 올랐으면 좋겠어요. 마트에 올 때마다 무서워요.”

지난 17일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대형마트에 온 40대 주부 케이티 매커너는 우유, 계란, 빵, 시리얼 등 10종 남짓의 먹거리만 간단히 담았다. 매커너는 가격표를 살피며 몇 번이나 물건을 집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1주일에 한 번 장을 보는데, 조금만 사도 200달러(약 25만원)를 훌쩍 넘긴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4월 8.3%, 5월 8.6%로 약 40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기록적 물가 상승이 평범한 주부의 장바구니까지 강타하고 있다.
임금 올랐다지만, 물가가 더 빨리 올라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를 옥죄면서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가격표를 본 소비자들이 충격받을 정도로 물가가 올랐다는 뜻이다. 재택근무를 마치고 사무실로 출근한 미국 직장인들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비싸진 교통비, 커피값, 밥값 등에 당황하고 있다. 구인난으로 급여가 오르긴 했지만 실질임금은 줄어든 셈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미국은 가계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해 소비심리 위축은 경제에 큰 악재가 된다.

대형마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물건이 싼 중저가 슈퍼마켓 체인점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의심스러울 정도로 싼 가격’이라는 문구를 내세운 리들은 1년 새 매장을 50곳 이상 더 열었다. ‘미국판 다이소’ 달러트리도 올 들어 매출이 40% 이상 늘었다. 다만 이들 업체도 원가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달러트리는 대부분 제품의 가격을 1달러로 유지해 온 정책을 포기하고 1.25달러로 올렸다.

갤럽의 4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2%는 생활비 부담이 가장 중요한 경제 문제라고 답했다. 1년 전 조사에선 같은 대답이 8%였다. 바클레이스의 신용카드 자료 분석을 보면 미국의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모두 지난 4~6주 동안 서비스 소비를 줄였다. 서민과 부자를 가리지 않고 지갑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살림살이 팍팍해” 정권 지지율 떨어지기도
물가 급등은 지구촌의 공통된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2%로 약 34년 만의 최고치다. 일본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일본인의 66%는 “물가가 올라 가계가 힘들어졌다”고 답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에서는 이런 불만이 집권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까지 감지된다.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관의 밸브를 조이면서 유럽도 직격탄을 맞았다. 독일 휘발유 가격은 1년 새 40% 넘게 뛰었고, 빵과 고기 역시 10% 이상 올랐다. 중동 최대 밀 수입국 중 하나인 이집트는 곡물값 급등에 휘청이고 있다. 이집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13.1%, 5월 13.5%로 두 달째 두 자릿수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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