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명함 관리 앱의 대명사 '리멤버'(회사명 드라마앤컴퍼니)는 2014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누적 3억 장 이상의 명함을 입력했다. 지상에서 쌓아 올리면 30㎞ 이상 되는 높이라고 한다. 리멤버는 직장인 프로필 정보를 바탕으로 최근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경력직 채용을 도와주는 '리멤버 채용 솔루션'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한경 긱스(Geeks)가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리멤버의 '변신'을 살펴봤다.
"요즘 리멤버 광고가 이곳저곳에 꽤 나오더라고요. 경력직 채용 서비스에 대한 광고던데 이 사업을 집중적으로 키우시려는 건가요?"
기자의 질문에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리멤버) 대표가 설명을 시작했다. "저희가 개인 이용자들 데이터로 열심히 기반 만들어 놨고, 이제는 기업 대상으로 돈 버는 것을 지향하고 있거든요. 과거에 이용자들 모으는 핵심 도구가 저희 명함 관리 서비스였고, 지금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은 이용자들이 프로필 등록하게 만들어 그게 자연스럽게 채용 솔루션으로 맞물려 가게 하는 것입니다."
최 대표는 이미 리멤버에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한 이용자가 100만 명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리멤버 채용 솔루션을 이용하면 국내 직장인 100만 명의 프로필 정보를 살펴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저희 채용 솔루션을 이용하면 프로필을 등록한 사람에게 메시지도 보낼 수도 있죠. 물론 같은 회사에서는 열람할 수 없게 해놨습니다." 예컨대 삼성전자 인사팀은 이직을 시도하는 삼성전자 직원 정보를 열람할 수 없다는 뜻이다. 또 이용자가 전 직장 등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 않은 회사를 선택해 정보를 막아놓을 수도 있다고 한다.
최 대표가 서비스를 시연해 보였다. "자, 보세요. 이렇게 '마케팅'이라고 검색하면 마케팅 하시는 분들 6만 명 정도가 나오는 거예요. 지금은 뭘 하고 있고, 과거엔 어떤 직장 다녔고, 본인들이 등록해 놓은 정보가 다 나오죠. 요즘 개발자 채용에 힘쓰는 스타트업들도 많이 이용해요. 좀 큰 회사들은 계정을 수십 개씩 사서 경력직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하죠."
기업들이 이용하는 계정 하나당 연 5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리멤버는 그동안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채용 시장에서 돈 버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리멤버 채용 솔루션에서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채용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사업도 커지고 있고,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해서 광고 캠페인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리멤버 광고는 경력직 채용 제안이 온 것을 확인하는 순간, 환희를 상징하는 컬러 가루가 폭발하고, 가루를 뒤집어쓴 주인공들이 ‘스카웃 받는 것만큼 짜릿한 건 없어’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기쁨의 댄스를 추는 장면을 보여준다.)
리멤버에 따르면 누적 경력 채용 제안 건수는 200만 건을 넘었다. 기업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5~8년 차’ 인재 한 명이 리멤버를 통해 받는 평균 스카우트 제안 건수는 약 12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기록도 있다. 역대 최다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인재는 인사담당자 또는 헤드헌터로부터 총 600건 이상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맞춤형 '배너 광고' 사업도 강화
리멤버는 요즘 '배너 광고'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최 대표는 "광고 트래픽이 높아서라기보다는 타깃에 맞춘 광고를 잘할 수 있는 게 리멤버의 최대 강점"이라며 "비즈니스 프로필에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사무용 가구를 판매하는 퍼시스가 총무 담당자들에 맞춤형으로 광고를 한다든지, 고객관계관리(CRM) 전사적자원관리(ERP) 서비스로 유명한 세일즈포스가 관련 영업팀 상대로 맞춤형 광고를 하는 식이다."토스(비바리퍼블리카)도 저희 채용 솔루션을 쓰고 있기도 하지만 개발자 컨퍼런스 광고 등도 하고 있죠.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곳도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대상으로 광고를 할 수도 있겠죠. 그 회사가 아마존 서비스 하나를 도입한다면 버는 돈이 몇백만 원 수준이 아니겠죠. 그런 사람을 타게팅해서 광고하려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거죠."
최 대표는 채용 솔루션과 광고 매출 비중은 2 대 1 정도라고 설명했다.
리멤버는 전문가들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최근 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 기업인 이안손앤컴퍼니를 인수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안손앤컴퍼니는 기업에서 시장조사, 벤치마킹, 기업실사 등을 위해 필요한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3만여 명의 산업별 전문가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파트너십을 활용해 국내외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전문가 자문 연결, 인터뷰 대행 등을 해준다.
"리멤버 안에서 기업들은 이제 이런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거죠. 누구는 인재를 채용하는 공간으로, 누구는 내 제품을 사줄 고객을 찾는 공간으로, 누구는 또 인사이트를 가진 전문가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이용하는 겁니다. 그 앵글로 저희가 지금 수익화하고 있는 거고, 각각 하나씩 이제 만들어 나가는 분야인데 잘 크고 있습니다."
네이버 품 벗어나 다시 '스타트업' 정신으로 무장
리멤버는 지난해 160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를 받으면서 네이버에서 독립했다. 시리즈D 투자에는 사모펀드 아크앤파트너스와 인력관리업체 사람인HR 등이 참여했다. 리멤버의 최대 주주는 아크앤파트너스로 바뀌었고, 기존 주주인 라인플러스는 2대 주주, 사람인HR은 3대 주주가 됐다. 네이버는 지분 매각을 통해 빠졌다.네이버가 리멤버 지분을 팔게 된 과정이 궁금했다. 최 대표는 "라인플러스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우리는 항상 성장을 더욱 가속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들이 있으면 함께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단계에서 돈의 힘으로 시간을 좀 살 수 있는 플레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자금을 많이 유치해서 더 공격적으로 속도를 낼 때다. 시장의 '파이'를 빨리 키우기 위해서는 가속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었죠. 일본 등 해외 사업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리멤버는 일본에서도 명함 관리 서비스를 내놔 1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등록된 명함 데이터만 1억 장이 넘어가면서 빠른 속도로 이용자가 늘고 있다. 개인들의 프로필을 공개해 인재 채용 등에 활용하는 서비스도 시험 중이다.
매일 뉴스를 전하며 전문가들이 멘트를 달아주는 '리멤버 나우'라는 서비스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뉴스를 아침마다 공급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리멤버 안에서 활동을 좀 더 많이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 앱에 좀 더 자주 오게 만드는 거죠. 그리고 오래 머물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지금 하고 있고요. 리멤버 나우는 돈 버는 목적이 아예 없어요. 전문가들의 인사이트를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를 잡은 거 같습니다."
'아날로그' 역발상으로 성공한 리멤버
리멤버는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역발상으로 성공한 스타트업이다. 과거 명함 하나하나를 모두 사람이 손으로 타이핑해서 입력해줬다. 사진 판독 등을 통해 자동으로 입력하는 방식은 오류가 많았기 때문이다."저희가 당시 조사를 해봤어요. 명함 앱을 안 쓰는 이유가 뭘까. 대부분의 사람이 처음에는 내려받아서 써보는데, 오류가 많아 그걸 다시 일일이 고쳐야 했어요. 더 귀찮은 거죠. 그래서 우리는 '명함 관리 비서'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기업 사장님들은 비서가 다 입력해주잖아요. 우리가 그런 비서 역할을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명함 수와 관계없이 모두 무료로 입력해 주겠다고 하자 한 500장씩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어떤 분은 사과박스 두 박스를 직접 가져오신 분도 있었어요. 갑자기 저희에게 내려오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무슨 일인가 갔더니 자동차 트렁크를 열더니 여기 사과박스에 명함 만 장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뭐 우리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해보자 했죠. 만 장을 넣어 드리고, 앱에서 만 장까지 감당되는지도 확인했죠. 그런 테스트 정신으로 했던 거 같아요."
심지어는 명함 속 책자 그대로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그걸 일일이 다 빼서 입력하고, 그대로 다시 다 넣어서 돌려줬다고 한다. "고객님에게 전화해서 '이거 안 꽂고 그냥 드려도 되죠'라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혹시 꽂아줄 수 있느냐'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 한번 해보자, 뭐 이런 맘이었습니다. 한 5년 정도는 정말 그렇게 했죠. 저희에게 고맙다는 맘을 전하는 고객들도 많았습니다."
이런 오프라인 서비스는 이제 더 이상 운영하진 않는다. 2년여 전쯤부터는 명함 입력을 온라인 입력 방식만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이미 쌓인 데이터가 많아 자동으로 입력되는 게 95% 이상이라고 한다. 과거 입력했던 것과 똑같은 명함이라고 인식되면 다시 사람이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리멤버의 명함 입력 속도가 매우 빨라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개인 정보를 관리하는 업체인 만큼 명함 입력 방식도 한 사람이 모든 것을 입력하지 않고, 쪼개서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이름은 A가, 전화번호는 B가, 이메일 주소 앞부분과 뒷부분은 C와 D가 입력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면 어떤 사람 정보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장난을 친다거나 개인정보가 유출될 염려가 줄어든다.
리멤버는 궁극적으로는 처음 입력하는 명함도 자동 입력 시스템으로 구현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명함 사진이 흐릴 경우 컴퓨터가 자동으로 처리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한다.
명함 관리에서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리멤버가 추가로 고려하는 인수합병(M&A)은 없을까. 최 대표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져봤다. 그는 "현재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면서 앞으로 인적자원(HR) 솔루션을 개발하는 회사를 인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상] 리멤버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참, 한가지 더
최재호 대표는 누구?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는 대학(KAIST 전자공학과) 시절 서울 동대문에서 넥타이, 와이셔츠 등의 물건을 가져다 파는 일을 2년가량 했다고 한다. 이후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딜로이트컨설팅과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에서 6년가량 지낸 뒤 창업을 결심했다.
최 대표는 "컨설팅이란 업무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어젠다를 같이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보니 뭔가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는 고민도 같이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다 '남들에게 조언만 하지 말고 나도 뭔가 내 걸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이 창업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그는 "컨설팅 업무가 경영자적 마인드를 갖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컨설팅 회사를 나와 드라마앤컴퍼니를 세운 것은 2013년 6월이다.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창업 2개월 만인 2013년 8월 ‘프로필 미’라는 모바일 명함 서비스를 선보였다. 명함을 전자화한 형태였지만 인기를 끌지 못했고, 지금의 리멤버 서비스를 2014년 1월에 내놨다. 처음에 시장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이 직접 입력해 주는 방식이 '신선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용자가 대폭 늘어나기 시작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