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코인) 폭락 사태를 야기한 한국산 스테이블 코인 테라 USD(UST)와 자매 코인 루나의 개발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자신도 코인 재산을 거의 잃었다면서도 "사기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22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권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했다.
테라 사태 이후 언론과 거의 접촉하지 않고 트위터를 통해서만 입장을 밝혀오던 권 대표는 이번에 WSJ와 인터뷰했다. 그의 소재는 신변 위협 등으로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인터뷰에서 권 대표는 "내 행동과 말은 100% 부합했다. 실패와 사기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UST를 위해 자신감있게 베팅하고 발언했다. UST의 회복력과 제안한 가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권 대표는 코인 시총 6위에 달했던 루나(LUNC) 코인 가격이 정점을 찍었을 당시 평가액 기준으로 큰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나 가격이 100달러까지 올랐던 올초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실제 세어본 적은 없다"면서 "그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상당히 검소하게 산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이번 폭락 사태로 자신도 코인 재산을 거의 잃었다고 했다. 전 세계 투자자들은 400억달러(약 52조원) 상당의 손실을 봤다. 이후 권 대표가 부활을 꿈꾸며 내놓은 '루나 2.0'(LUNA) 역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국내·외 투자자들은 권 대표를 사기혐의 등으로 고소한 상태다. 한국 검찰은 권 대표의 탈세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테라의 마케팅 과정에서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는지 검토하고 있다.
한편 권 대표는 지난해 트위터에서 한 경제학자가 테라의 실패 가능성을 지적하자 "나는 가난한 사람과 토론하지 않는다"고 답변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는 과거 자신이 했던 일부 발언들에 대해 후회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가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하게 회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