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전자담배 ‘쥴’의 판매금지 명령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가향 담배가 청소년 흡연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쥴랩스에 투자한 글로벌 담배업체 알트리아 주가가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DA가 전자담배 쥴을 미국 시장에서 퇴출한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르면 이번주 판매금지 명령을 발표할 예정이다. FDA는 쥴랩스가 멘톨(박하) 등 가향 전자담배 판매 승인을 얻기 위해 제출한 자료를 2년간 검토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쥴랩스는 FDA의 결정에 반발해 이의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WSJ는 전했다.
이날 판매금지 소식이 전해지자 쥴랩스에 투자한 담배업체 알트리아 주가가 급락했다. 뉴욕증시에서 알트리아 주가는 전날보다 9.19% 하락한 주당 41.5달러에 마감했다. 알트리아는 2018년 쥴랩스의 지분 약 35%를 128억달러(약 16조6500억원)에 인수했다.
2015년 미국에서 출시된 쥴은 출시 3년 만에 ‘전자담배계의 애플’로 떠올랐다. 간결한 디자인과 과일향 등 다양한 향이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2018년엔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60% 이상 장악하며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말보로 등 주요 담배 브랜드를 보유한 알트리아는 쥴의 성장세를 낙관적으로 보고 지분을 사들였다.
하지만 그해 쥴랩스가 미성년자 흡연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가향 전자담배가 청소년 흡연율을 높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여론을 의식한 쥴랩스는 과일향 전자담배 판매를 중단했다. FDA는 이듬해 과일향, 달콤한 향을 담은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전자담배업체들을 전수조사했다.
2020년부터 FDA의 심사를 통과한 업체만 전자담배를 계속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쥴의 경쟁사인 RJ레이놀즈의 전자담배 ‘뷰즈’는 지난해 FDA의 승인을 얻었다. 뷰즈의 독성이 일반 담배보다 적다는 이유에서였다.
FDA의 판매금지 결정은 쥴랩스에 큰 타격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올 3~6월 쥴은 경쟁사인 뷰즈에 시장점유율 1위를 내줬다. 실적도 나빠졌다. 지난해 쥴은 2억59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알트리아는 3월 쥴 투자금액의 90%를 상각했다. 미국 투자은행(IB) 제프리스의 오웬 베넷 애널리스트는 “쥴 판매금지는 알트리아에도 악재”라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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