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이 2년4개월여 만에 이마트를 역전했다. 이마트는 올 1분기에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데다 추가 실적 악화 우려까지 더해져 주가 하락폭이 컸다. 반면 2년간의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롯데쇼핑은 올해 본격적인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롯데쇼핑의 시총은 2조9137억원으로 이마트(2조8851억원)를 제쳤다. 롯데쇼핑의 시총이 이마트보다 커진 건 2020년 2월 24일 이후 2년4개월 만이다. 다만 이날은 롯데쇼핑 주가 하락률(3.69%)이 이마트(2.42%)보다 커 시총(2조8062억원)도 이마트(2조8155억원)에 다시 뒤졌다.
두 회사는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주가가 함께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이마트는 롯데쇼핑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한 상황에서 쓱닷컴을 운영하는 이마트가 e커머스 분야에서 더 강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덕이다. 이에 반해 롯데쇼핑은 e커머스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주가도 부진했다.
상황은 올해 초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이마트는 e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인수했던 이베이코리아(현 지마켓글로벌)가 발목을 잡았다.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이베이코리아의 무형자산 감가상각비가 반영되면서 올 1분기 이마트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2%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0.5%에 그쳤다. 오프라인 영업도 좋지 않았다. 이마트의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9%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1분기 영업이익이 687억원으로, 전년 동기(618억원)보다 11.1% 증가했다. 수익성이 좋지 않은 슈퍼와 마트 점포를 정리하고, 롯데백화점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펼친 효과가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도 작용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롯데쇼핑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4232억원으로 지난해(2076억원)의 두 배가 넘을 전망이다.
업계에선 롯데쇼핑이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서 다시 오프라인 채널로 소비자가 몰려 e커머스 업체의 ‘몸값’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이뤄지면서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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