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적자 공기업과 흑자 공기업이 같은 등급을 받은 사례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가 경영평가 배점에서 재무지표 비중을 대폭 줄인 영향이란 분석이다.
21일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경영평가 대상인 공기업 36곳의 실적과 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 C등급(보통)을 받은 13개 기업 중 7곳이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C등급은 임직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이 가능한 마지노선이다.
A등급(우수)에선 1곳(해양환경공단), B등급에선 2곳(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 적자를 내고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공기업이 민간기업처럼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삼지는 않지만, 적자를 냈다는 것은 ‘방만 경영’ 지적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인데도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실적과 평가 결과 간 괴리가 가장 큰 분야는 에너지 분야다. 2020년 B등급에서 이번에 C등급으로 한 단계 내려간 한국전력의 작년 말 기준 부채 규모는 145조7970억원, 영업손실은 역대 최대인 5조8601억원에 달했다. A등급을 받은 한국남동·남부발전은 영업이익은 냈지만 과도한 부채로 인한 금융비용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2004년 창사 이후 매년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부산항만공사, 494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영업이익을 기록한 주택도시보증공사도 한국전력과 같은 C등급을 받았다.
이 같은 결과는 올해 경영평가가 문재인 정부 시절 개편된 평가지표를 기반으로 이뤄진 영향이 크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그전까지 100점 만점에 14점이던 재무예산관리·성과평가 항목을 5점으로 축소했다. 같은 기간 일자리 창출·윤리경영·사회통합 등 사회적 가치 지표는 25점으로 늘렸다. 얼마나 내실 있게 경영했는지보다 일자리 창출 규모나 중대재해 발생 여부 등이 평가를 좌우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는 재무 관련 배점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 경영평가제도 개편에 나설 계획이다.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번 평가는 새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평가 방향이 반영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며 “공공성과 효율성, 수익성이 보다 균형 있게 평가될 수 있도록 평가지표를 재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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