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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칼럼] 춘래불사춘, 윤석열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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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정권’이었다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 특이한 현상이 있었다. 요직을 맡은 인사 가운데 “안보는 보수지만 경제는 진보적”이라고 자임한 이들이 많았다. 임명권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두 정부 모두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으로 일관했지만 경제정책은 오락가락했다.

‘자유 시장경제 존중’을 천명하고서는 수시로 시장에 간섭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적)’를 구호로 내걸고 출범했던 이명박 정부가 전형적이다. 유가가 뛰자 대통령이 대놓고 “기름값이 묘하다”며 기업들을 압박했고, 이내 ‘공정사회’ ‘동반성장’으로 국정 방향을 바꿔 기업 발목 잡는 정책을 쏟아냈다. ‘좌파’ 노무현 정부 시절 “용도를 다했다”며 폐기한 ‘중소기업 고유업종(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대기업의 신규 참여나 확장을 금지시킨 업종)’ 제도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이름만 바꿔 재도입한 것도 이명박 정부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 구호로 내건 ‘창조경제’를 자기가 생각한 방식으로 기업들에 요구하는 ‘비(非)창조적’ 접근으로 혼란을 일으켰다.

‘안보 보수, 경제 진보’의 허망함을 훨씬 더 생생하게 보여준 지도자가 따로 있다. 지금 미국을 이끌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민주당)이다. 작년 1월 취임한 바이든이 전임 도널드 트럼프(공화당)의 보수정권을 가장 확실하게 계승한 정책이 외교·안보 분야다. 패권 경쟁에 나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트럼프 시절보다 더 강경한 견제 장치를 내놓아 왔다. 경제정책은 정반대다. 역대 미국 정권 가운데 가장 좌파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 대응’을 구실로 막대한 재정자금 투입을 강행해 시장에 엄청난 거품을 일으키더니,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앞세워 경제적 자유와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41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것을 필두로 전 세계가 심각한 인플레이션 위기에 빠지게 된 주요 원인 제공자로 바이든을 꼽는 전문가가 많다. 물가 상승을 일으키는 수요(과잉)와 공급(부족) 두 쪽에서 최악의 정책 조합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전임 정부 때 코로나 구제예산이 몇 차례나 풀렸는데도 1조9000억달러(약 2400조원)를 더 풀어 수요를 한껏 부추긴 반면, 기업 생산을 옥죄는 규제 조치로 공급은 틀어막는 모순된 정책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요즘 글로벌 인플레의 ‘주범’ 유가 급등도 그래서 초래됐다. 전임 정부 시절 적극적인 셰일유전 탐사와 새 공법 개발로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떠올랐지만, 환경원리주의에 포획된 바이든이 온갖 규제를 도입해 석유 생산에 급제동을 걸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석유·가스 공급이 급감하자 미국이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은 바이든의 업보다.

다급해진 바이든이 이후 보이고 있는 행동은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인권 불량국가’라며 제재해 온 산유국 베네수엘라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외교사절을 보내 석유 생산을 늘려줄 것을 요청한 게 단적인 예다. 러시아 동맹국가인 베네수엘라에까지 손을 벌리고 있는 바이든의 모습은 탄탄한 경제 기반 없이는 안보가 얼마나 쉽게 휘둘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장 교과서다.

한 달여 전까지 문재인 민주당 정부의 지배를 받은 5년간의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 정권을 심판하며 집권한 윤석열 대통령이 ‘온전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국정 원칙으로 선언한 것은 그런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유’를 35번이나 언급하며 ‘자유 가치의 재발견’을 촉구한 윤 대통령의 취임사는 진정한 자유에 목말라 있던 국민과 기업들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이후 행보는 실망스러운 게 많다. 시장 원리를 훼손하는 납품단가연동제와 노동이사제 도입을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로 강행을 예고하더니, 화물연대 파업에 항복해 화주기업들의 자유로운 운임교섭권을 빼앗는 ‘안전운임제’도 계속 시행하기로 했다. 모두 그가 강조하는 ‘자유주의’와 반대되는 것들이다. “자유주의의 봄이 말로만 오는 것 아니냐”는 기업인들의 한숨이 기우(쓸데없는 걱정)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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