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에서 공연장과 바로 연결된 출구로 들어오면 약 100m 길이의 계단(‘스텝 아트리움’)이 펼쳐진다. 계단 끝 로비에 다다르면 길이 70m, 높이 20m에 달하는 거대한 곡선 벽면과 마주하게 된다. 공연장에 관객을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게이트 아크’다. 지상 공간을 관통하는 거대한 타원형 통로 ‘튜브’(약 80m)를 통과해 밖으로 나가면 대형 유리창과 노출 콘크리트로 이뤄진 건축물이 서울식물원의 자연 풍광과 어우러진다. 모두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81)가 디자인한 건축물 ‘LG아트센터 서울’이다.
서울 마곡지구에 자리 잡은 LG아트센터의 새 공연장이 오는 10월 13일 정식 개관을 앞두고 21일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2556억원을 들여 4년6개월의 공사 끝에 최근 완공된 이 공연장은 2000년 3월~2022년 2월 서울 역삼동에서 운영된 LG아트센터의 브랜드를 계승하고 공공성의 의미를 살려 ‘LG아트센터 서울’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역삼동 공연장보다 대극장 무대가 훨씬 커지고 소극장도 새롭게 추가됐다”며 “현대 공연예술을 대표할 수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335석 대극장에 가변형 극장 추가
새 공연장의 연면적은 4만1631㎡로 역삼동 공연장(2만1603㎡)의 두 배에 달한다. 1335석 규모의 대극장 ‘LG 시그니처 홀’은 대규모 오케스트라 음악회와 오페라, 뮤지컬, 연극, 발레, 대중음악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다목적 공연장이다. 무대 크기가 역삼동 대비 1.8배가량 커졌고, 후방 보조 무대까지 합하면 약 2.5배 넓어졌다. 서초동 오페라 극장의 무대 크기와 비슷하다. 객석 벽체 안쪽에 흡음 커튼을 설치해 소리가 머무는 시간을 1.2~1.85초 범위 내에서 조정할 수 있다. 공연 종류에 맞게 흡음 정도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센터장은 “대형 오페라를 올릴 수 있는 무대 크기와 확성장치를 쓰지 않는 클래식 공연부터 마이크와 스피커를 쓰는 콘서트나 뮤지컬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음향 환경을 갖췄다”고 설명했다.365석의 ‘U플러스 스테이지’는 객석 배치와 무대 형태 등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가변형 소극장이다. 극장 벽면 곳곳에 설치된 60개의 스피커로 실감 나는 소리를 구현한다. 이 센터장은 “역삼동 공연장은 1100석 규모의 대극장뿐이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예술가들의 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U플러스 스테이지는 공간 자체를 창의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예술적 실험이 가능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채롭고 풍성한 개관 축제
LG아트센터 서울의 첫 무대(10월 13일)는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사진)이 장식한다.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7번’, 라벨의 ‘라발스’를 들려주고 조성진이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를 협연한다. 이어 10월 15일부터 12월 18일까지 클래식, 무용, 연극, 재즈,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으로 구성된 ‘개관 페스티벌’이 펼쳐진다.해외 초청작인 영국이 자랑하는 현대무용계의 거장 아크람 칸의 최신작 ‘정글북: 또 다른 세계’(11월 18~19일, LG 시그니처홀)와 프랑스를 대표하는 안무가 요안 부르주아의 첫 내한 공연 ‘기울어진 사람들’(11월 25~27일). 영국 극작가 던컨 맥밀란의 대표작 ‘내게 빛나는 모든 것(12월 15~18일) 등이 공연애호가들의 관심을 끈다. 퓨전 국악 그룹 이날치(10월 28~30일), 알 디 메올라 재즈 트리오(10월 15일). 이자람 판소리극 ‘노인과 바다’(12월 9~10일) 등도 무대에 오른다. 첫 대관 공연으로는 뮤지컬 ‘영웅’이 오는 12월 20일부터 약 두 달간 관객을 맞이한다.
한편 역삼동 공연장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이 센터장은 “역삼동 시절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관객들이 찾아왔다”며 “기존 공연 마니아층과 마곡지구 주민, 직장인과 인근 수도권 주민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