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 4곳 중 1곳이 중국 사업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주재 유럽 주요국 대사들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국제관계에서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중 유럽상공회의소는 지난 4월 370여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사업 신뢰도 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이 설문에서 응답 기업의 23%가 현재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투자를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옮길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각국에 진출한 유럽상의는 매년 해당 국가의 사업 신뢰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중 유럽상의가 지난 2월 내놓은 1차 조사에선 중국 이탈 고려 기업 비중이 11%에 그쳤다. 두 달 새 이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아진 것은 상하이와 베이징 등 주요 경제권에서 벌어진 봉쇄 조치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유럽상의는 분석했다.
중국 이탈을 고려하는 유럽 기업들은 대체 지역으로 19%가 유럽, 18%가 다른 아시아·태평양 국가, 16%가 동남아시아, 12%가 북미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베티나 숀-베잔진 유럽상의 부회장(독일 프로이덴베르크 중국지사장)은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이상 떠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며 "세계는 중국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사업의 장애 요인 질문(복수응답)에선 코로나19가 49%, 중국 경제 성장 둔화가 24%,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가 19%, 원자재 가격 상승이 18%, 임금 상승이 17% 등으로 집계됐다. 응답 기업의 92%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공급망 운영에 차질을 빚었으며, 60%는 올해 매출 예상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답변했다.
한편 베이징의 싱크탱크 촨치우화즈쿠(중국국제화센터)가 전날 연 주중 대사들을 초청해 포럼에서도 유럽의 외교관들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베르나르디노 레가조니 주중 스위스 대사는 "현재 중국에 스위스 유학생이 단 한명도 남아있지 않다"며 "3년째 온라인 수업과 화상회의만 하다 보니 중국에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루카 페라리 주중 이탈리아 대사는 "중국이 국경 통제 조치를 너무 오래 유지하면 국제사회에서 중국을 더욱 고립시킬 것"이라며 "글로벌 인재를 중국으로 끌어들여야 중국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