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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전기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한국전력에 대해 “한전 스스로 지난 5년간 왜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한전이 올 1분기에 약 7조78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올해 연간으론 20조~30조원에 달하는 적자가 예상되는 등 경영난이 심각해진 데 대해 한전의 자구노력이 미흡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정부는 당초 21일로 예정했던 전기요금 결정을 연기했다. 추 부총리는 “한전의 자구노력을 점검하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며 “가급적 이른 시간 안에 전기요금과 관련한 정부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전의 고강도 자구노력을 전제로 전기요금을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기요금은 연료비 연동제의 분기 기준 최대 인상폭인 ㎾h당 3원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한전 자구노력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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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최근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분기당 최대 인상폭인 ㎾h당 3원 올려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또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외에 △기준연료비 인상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폭 확대 △연료비 미수금 정산 △총괄원가 인상 등을 통해 전기료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국제 연료비 상승과 전기료 인상 억제 등의 영향으로 한전은 올 1분기에 약 7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대로 두면 올해 적자폭이 3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여당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료 인상 요인이 굉장히 컸는데, 문재인 정부가 인위적으로 억눌렀다”고 말했다.
가구당 최소 월 900원 이상 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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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의 분기당 상·하한폭인 ㎾h당 3원 외에 나머지 인상 요인을 반영해 전기료를 올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계산한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요인은 3분기에만 ㎾h당 30원 이상이다. ㎾h당 30원까지 올리지 못할 경우 나머지 부분은 한전의 자구노력과 정부의 재정 지원 등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을 ㎾h당 3원만 인상해도 월 304㎾h를 소비하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전기료가 912원 오른다. 여기에 총괄원가와 기준연료비 인상 등이 동시에 이뤄져 ㎾h당 인상폭이 10원으로 확대되면 가구당 월 전기료는 3040원 오른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기료 인상 방안을 찾아서 이른 시일 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