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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北 피격 공무원 정보 감추기 급급한 전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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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인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다면 왜 사건 초기에는 월북이라 주장하면서 사건을 황급히 무마하려 했습니까. 월북이라는 두 글자로 저는 어머니와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습니다.”

2년 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 씨의 아들 이모군이 20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쓴 자필 편지 내용 일부다. 전날 우 의원이 당시 사건 자료를 공개하라는 국민의힘의 요구를 ‘신(新)색깔론’ 정치 공세로 일축한 데 대한 원망이 담겼다. 우 의원은 “피해자의 월북 의사가 무엇이 중요하냐”며 “우리 국민이 희생된 사건에서 북한의 사과를 받아 마무리된 사건”이라고 했다.

해경과 국방부가 지난 16일 “(이씨의) 월북 의도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사고 당시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하려다가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했다는 발표를 뒤집은 이후 전임 정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월북 의사를 북한군의 보고 등에 의존해 간접 확인했다는 점, 구명조끼는 선박 근무자의 평상시 복장이라는 증언 등 월북을 단정할 수 없는 정황 증거가 잇따라 공개됐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는 이미 법원 판결은 물론 애끓는 유족의 요청도 묵살했던 터였다. 유족들이 사건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하자 청와대는 “대통령기록물 지정이 예정됐다”며 거부했다. 자료를 공개하라는 행정법원 판결에 불응해 항소하기도 했다.

우 의원의 발언으로 유족들의 비통함은 더 커지고 있다.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한 대한민국 국민을 월북자로 단정해 사회적 사형선고를 한 차례 더 내린 것도 모자라 ‘결론 난 사건을 들춰 민생을 저해한’ 오명까지 뒤집어썼기 때문이다.

이군은 “우 의원 말에 따르면 사건 관련 정보를 유족에게 투명하게 제공하라는 법원 판사와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색깔론자냐”고 비판했다. 그는 “월북자 가족이라는 낙인을 찍으려면 명확한 증거부터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당의 태도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때와는 정반대다. 진상 규명을 하겠다며 검찰과 감사원은 물론 특별검사팀과 각종 위원회 등 온갖 태스크포스(TF)를 설립해 정권 내내 조사를 벌였다. 수확은 없었다. 진실을 밝히겠다며 세 번째로 조직된 위원회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역시 세월호 참사 원인은 밝히지 못한 채 572억원의 예산만 쓰고 끝났다.

세월호와 달리 이번엔 군·경과 정보당국의 보고 등 당시 상황을 공개하면 진실을 밝힐 수도 있는 문제다. 우 의원의 말처럼 세간에 공개하지 않은 군 특수정보가 결정적인 월북 증거라면, 증거를 제시해 비난의 화살을 피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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