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더불어민주당·사진)은 “민주당이 정부·여당이 잘못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을 목표로 해선 안 되고 협조할 건 하고 규제 개혁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지난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수당이라고 해서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전횡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선 안 되고 기득권도 내려놓는 게 민주당이 살길”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당선인은 “경기도부터 선도적으로 규제 완화에 나서 오히려 중앙정부가 따라오게 할 것”이라며 “경기도를 확 바꿔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청년 전략과 농민 정책, 지역화폐 등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생활밀착형 정책은 더 보완하고 발전시킬 것”이라면서도 “혁신성장 등 김동연 색깔은 분명히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재개발 공약에 대해 “국회에 특별법이 여러 개 제출돼 있다”며 “이른 시간 안에 논의할 수 있도록 하고, 노후 신도시도 재건축·재개발을 바로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선과 관련해선 “지금 전혀 생각이 없고, 경기도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생각뿐”이라고 했다. 김 당선인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시·도지사도 참여하는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구성하자고 건의했다.
1주택자 종부세 대폭 인하…법인세는 세수 등 고려해야
도민 위하는 데 與野 있을 수 없어…국민의힘과도 협력
“지금 전혀 생각이 없다. 내 머릿속엔 오로지 경기도정(道政)뿐이다.”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더불어민주당)은 인터뷰 내내 대선 얘기만 나오면 이렇게 서둘러 차단막을 쳤다. ‘6·1 지방선거’에서 0.15%포인트 차이 신승(辛勝)은 민주당엔 어둠 속에서나마 한줄기 빛이 됐고, 그에겐 대선주자라는 확실한 딱지를 붙여줬다. 그가 이렇게 손사래를 쳤지만, 지지율에서 의미 있는 숫자가 나오고 있고 당내 일각에선 ‘이재명 대안주자’라는 얘기까지 솔솔 나오는 마당이어서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대선 한복판으로 성큼 들어서게 됐다. 김 당선인이 “경기도를 확 바꿔 대한민국을 바꾸겠다”고 한 포부도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지난 18일 한 벤처 포럼 간담회 참석차 충남 천안을 방문한 김 당선인을 만나 향후 경기도정의 비전과 목표 등에 대해 들어봤다.도민 위하는 데 與野 있을 수 없어…국민의힘과도 협력
▷당초 별 관심이 없다고 한 정치에 뛰어든 이유는 뭡니까.
“부총리를 그만두고 전남 여수의 어촌 마을에 갔는데 한 주민이 ‘예전엔 나라가 국민 걱정을 했는데, 요즘은 국민이 나라 걱정을 한다’고 한 말이 귀에 들어왔어요. 경제·사회의 구조적 난제를 풀기 위해선 정치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잡은 이유는 뭔가요.
“당초 대선은 완주하고 싶었습니다. 의미 있는 가치를 추구했지만, 강고해진 양당 체제와 지지율이란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내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권력구조 개편 등 정치 개혁 방안에 대해 이 의원이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동의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내가 제시한 가치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죠. ‘같이 한번 합시다’라면서 (대선 뒤) 내가 맡을 특정 역할까지 제시했어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거절했습니다.”
▷그 역할이라는 게 총리였습니까.
“그건 얘기하기 곤란합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를 지냈는데 부동산과 세제 등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 많습니다. 어떤 평가를 합니까.
“1년6개월 부총리를 할 때는 성장률이 3%대였어요. 1인당 국민소득도 3만달러를 넘겼죠. 다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부동산 대책을 두고 청와대와 이견이 컸습니다. 제가 주장한 것들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부동산은 공급을 확대하고 규제는 시장 수용성을 보자고 했으나 거부당해 안타까웠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자는 게 받아들여졌으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거예요.”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됐는데 경기지사에 출마한 이유가 뭔가요.
“경기도와 인연이 많아요. 15세 때 광주군 단대리로 강제 이주해 천막촌 생활을 했습니다. 경기도에서 지금까지 30년 이상 살았어요. 경기도의 특징은 다양성입니다. 인구 1400만 명으로 가장 큰 광역단체죠. 바다, 두 개의 광역시와 접경을 이루고 첨단과 전통기업, 대·중소기업이 골고루 있습니다. 경기도를 바꿔 대한민국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규제 혁파를 외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도 동참해야 효과가 있을 텐데 어떤 복안을 갖고 있습니까.
“중앙정부 차원의 규제 개혁을 적극 지지하지만, 거꾸로 해야 합니다. 지방정부부터 모범을 보여야 해요. 먼저 선도적으로 대폭 규제 완화에 나설 겁니다. 오히려 중앙정부가 따라오게 할 거예요.”
▷기본소득 등 이재명 의원의 지사 시절 논란이 많았던 정책은 어떻게 할 겁니까.
“청년 전략이나 농민 정책, 지역화폐 등 생활 밀착형 정책은 더 보완하고 발전시킬 겁니다. 그러나 김동연 색깔은 분명히 낼 거예요. 부총리 때 가장 강조했던 게 혁신 성장입니다. 경기북도 설치도 내 색깔대로 추진할 겁니다.”
▷경기도 의회가 여야 78 대 78로 동수고, 기초단체장은 국민의힘이 훨씬 많아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도민들 삶을 위해 여야가 어디 있습니까. 이념 논쟁할 때가 아니죠. 국민의힘 경기도당을 방문해 인수위 참여를 요청했고 받아들여졌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설득할 겁니다.”
▷남경필 전 지사는 협치의 일환으로 부지사직을 상대 당에 넘겨줬습니다.
“남 지사 때는 그의 소속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소수였고 민주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다른 선택이 없었을 겁니다. 남 지사의 시도가 좋은 예이긴 하나 지금 상황에서 그대로 가기에는 맞지 않습니다. 낮은 단계에서의 협력과 협치를 시작하려 합니다. 우선 문지방을 넘는 게 중요해요.”
▷1기 신도시 재건축·재개발 추진 공약을 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습니까.
“국회에 특별법이 제출돼 있습니다. 이른 시간 내에 국회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1기 신도시만 그럴 게 아니라 노후신도시도 바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보유세 인하에 대해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고 공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봅니까.
“종합부동산세는 나눠 볼 필요가 있어요. 1가구 1주택엔 대폭 인하가 필요합니다. 다만 다주택자의 종부세까지 낮추는 것엔 반대합니다. 법인세 인하 문제는 타이밍이 맞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해요. 초과 세수를 전제로 하는데, 보통 세수는 상반기가 지나야 정확하게 추계할 수 있거든요. 법인세 인하가 세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재정을 어떻게 가져갈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세 부담을 덜어줘 기업들이 경제활동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는 좋습니다만, 어느 특정한 세목이 아니라 전체 경제의 판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거죠.”
▷경제부총리 때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죠. 당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올릴 때 해당되는 기업이 70여 개밖에 안 됐습니다. 난 올리는 이유를 못 찾았어요. 지금 윤석열 정부도 방향은 다르지만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는 겁니다. 세제에 대해선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세율을 깎으면 세수 펑크는 어떻게 메울 건지에 대해 시장과 소통하고 예측 가능하게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최근 대선 여론조사에서 의미 있는 지지율이 나오고 있습니다. 차기 대선에 나가는 거죠.
“지금 전혀 생각이 없어요. 경기도민을 위한 일에만 역량을 다 쏟아부어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저를 선택해 주신 경기도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생각뿐입니다.”
▷이재명 의원과 나중에 경쟁자로 만나는 것 아닙니까.
“아무 관심 없어요.”
▷민주당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連敗)한 원인은 뭐라고 봅니까.
“성찰이 부족했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과 변화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어느 순간부터 민주당의 일부도 자신들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기득권화가 됐어요. 그러면서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인 포용적 혁신 국가, 중산층과 서민층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자는 가치로부터 멀어졌어요. 앞으로 뼈를 깎는 환골탈태를 해야 합니다. 변화·개혁을 말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보여줘야 합니다. 그 큰 방향은 기득권 내려놓기죠.”
▷기득권 내려놓기는 어떤 것을 의미하죠.
“정치 개혁이에요. 예를 들면 국민 소환제와 면책 특권 폐지 등 국회의원 특권을 포함해 정치권이 갖고 있는 기득권 내려놓기를 민주당이 먼저 하자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정부·여당과의 관계에서도 상대가 잘못되기만 기다리는 것을 목표로 해선 안 됩니다. 협조할 건 하고 규제 개혁도 앞장서야 합니다. 이 비상 상황에서 여·야·정이 협치해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어요. 기득권을 붙잡고 안 놓으려 하고 다수당이라고 해서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 전횡을 한다든지 또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국민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죠. 짧은 시간 내에 그렇게 하기는 아주 고통스러울 거예요. 그렇지만 이게 민주당이 사는 길이고,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길이고, 길게 봐서는 대한민국 정치판을 바꾸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민주당 내에선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출마가 지방선거 패인 중 하나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지방선거 전에 변화와 개혁에 대해 합의한 다음 국민 앞에 약속을 하고 선거 뒤에는 치열하게 패배 원인을 분석하고 나아갈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 지금은 네 잘못, 내 잘못이라고 서로 손가락질하는 모습을 바깥으로 표출하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아요.”
△충북 음성(65)
△덕수상고, 국제대 법학과 졸업
△미국 미시간대 정책학 박사
△입법고시·행정고시 합격
△대통령실 경제금융·국정과제 비서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제2차관
△국무조정실장
△아주대 총장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리=구민기 기자/만난 사람=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