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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규모가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뉴욕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S&P500 내 기업들의 올 1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는 2810억달러(약 362조원)를 기록했다. 전 분기(2701억달러)보다 4%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들 기업의 배당금 규모도 사상 최대인 1376억달러(약 177조원)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339억달러) 대비 2.8% 늘었다.
올 1분기 500만달러 이상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업체 수는 374곳이었다. 전분기(325곳)보다 15% 늘었다. 그간 주로 대형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해왔으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체 자사주 매입 규모에서 상위 20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4분기 52%에서 올 1분기 42%로 10% 낮아졌다. 이 비율은 2020년 2분기 87.2%를 기록한 뒤 줄곧 하락세다.
1분기 자사주 매입에 가장 많은 돈을 쓴 업체는 애플이었다. 230억달러(약 30조원)를 썼다. 이어 알파벳(133억달러), 메타(104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88억달러) 순으로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이 1~4위를 차지했다. S&P글로벌(71억달러), 암젠(64억달러), 웰스파고(60억달러) 등도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인 업체로 꼽혔다.
투자업계는 경기침체로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기업들의 주주 환원 압박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하워드 실버블랫 S&P글로벌 애널리스트는 “주가가 하락 국면에 있는 2분기에도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규모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제니 해링턴 길먼힐 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이 투자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 즉각적인 수익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재정여건(펀더멘털)이 견고한데도 주가가 떨어지면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이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매입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