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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아낀 이재용, 유럽출장 행적 보니…'반도체·배터리·M&A'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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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50조원 규모 초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며 각오를 다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12일간의 유럽 출장을 다녀와 꺼내든 화두는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었다.

18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부회장이 이처럼 ‘기술’의 중요성을 세 차례나 되풀이 강조한 것은, 글로벌 기업들의 핵심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음을 현장에서 생생하게 목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에도 삼성만의 차별화된 ‘초격차’ 경쟁력을 주문해왔지만 “목숨 걸고 하겠다”라거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 등의 강도 높은 표현을 연거푸 사용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다. 삼성의 명운을 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이 부회장은 핵심 관심사인 반도체 장비 확보와 인수·합병(M&A) 관련 성과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출장의 행적을 살펴보면 반도체와 배터리, 전장 및 M&A 등이 포인트였음을 알 수 있다. 모두 삼성이 미래 핵심 산업으로 점찍고 투자하기로 한 분야의 기업들을 방문하거나 경영진과 회동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장인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이 주력인 삼성SDI 최윤호 사장이 동행한 것도 그래서다.

이 부회장의 네덜란드 ASML 본사 방문은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과 경쟁하는 반도체 최첨단 공정의 성패가 걸린 사안이라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지난 14일(현지시간)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ASML 경영진을 만났다.

ASML은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 세계에서 독점 생산, 반도체 기업들 구애를 받는 ‘슈퍼을(乙)’ 업체로 유명하다. 한 대에 수천억원씩 하는 ASML의 EUV 노광장비 확보 여부가 초미세 반도체 공정을 좌우하기 때문.


특히 ASML이 생산하는 차세대 EUV 노광장비 ‘하이 뉴메리컬어퍼처(NA) EUV’의 경우 올해 초 인텔이 ASML의 양대 고객사인 삼성전자·TSMC보다 먼저 장비 도입 계약을 맺었다. 최근 TSMC 역시 도입 계획을 발표해 삼성전자의 장비 도입 여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앞서 삼성은 메모리에 편중된 ‘반쪽짜리 반도체 강자’에서 벗어나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세계 정상이 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파운드리에선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크고 시스템 반도체 역시 미국 퀄컴 등 강자에 밀리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이날 “제일 중요한 것은 ASML과 반도체연구소(IMEC)에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그런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등에서 기술력 확보와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유추되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삼성SDI 헝가리 공장을 찾았으며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 고객사인 BMW 경영진과도 만났다.

삼성SDI가 국내 배터리 3사 중 LG에너지솔루션·SK온에 비해 그룹 차원 지원과 투자에 다소 보수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왔는데, 총수가 직접 해외 생산기지를 방문하고 파트너사까지 만나면서 제대로 ‘의지’를 내비친 행보가 됐다. 이 부회장이 기술력을 거듭 강조한 만큼 삼성SDI가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 전지’ 연구개발(R&D)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2016년 자신이 주도해 인수한 전장기업 하만의 차량용 오디오 브랜드 하만 카돈도 방문했다. 전장사업 상황 점검뿐 아니라 빅딜 성과를 확인하고 “수년 안에 의미 있는 M&A 성과를 내겠다”고 밝힌 삼성의 또 다른 M&A를 검토·논의하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봤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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