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자 수시 채용 시대, 평판 조회도 AI(인공지능)가 더 정확하죠.”
경기 성남시에 있는 AI평판조회 기업 위크루트(wecruit) 조강민 대표(사진)는 “기술 발달로 과거 헤드헌팅 기업들의 평판 조회 업무도 이젠 AI가 대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에는 인력 중개회사인 헤드헌팅 기업의 컨설턴트들이 일일이 채용 후보자가 속한 직장에 전화를 걸어 질문을 통해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지금은 이를 AI가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AI평판조회는 후보자에 대한 빠른 검증, 채용시간 단축,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와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당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갈수록 주목받고 있다. 평판 조회 의뢰도 임원급인 C레벨에서 대리·과장 등 실무급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한동대와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조 대표가 위크루트를 창업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탈레스(현 한화시스템) 인사팀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인사기획·채용 업무를 맡으면서 객관적인 평판 조회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30대 중반 AI평판조회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과감히 사표를 냈다. 사업이 예상한 것처럼 쉽지는 않았다. 2013년 창업 후 여덟 번의 사업모델 변경과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위크루트가 탄생했다. 조 대표는 “벤처 같은 대학을 나왔기에 여러 차례 실패하고 다시 창업에 도전해도 큰 부담감이 없었다”고 말했다. 1인 창업으로 시작한 위크루트는 국내 30명, 해외 10명 등으로 직원이 늘었다. 다음달엔 3억 명 인구의 잠재력을 지닌 인도네시아에 진출한다. 대졸 신입사원 평판 조회부터 대리·과장급 그리고 C레벨의 평판 조회까지 직급별로 차별화한 평판 조회 시스템을 갖췄다. 기업 인사담당자와 헤드헌터를 중개해주는 ‘헌터스’ 서비스도 하고 있다.
올초 오스템임플란트, 우리은행, 아모레퍼시픽 등 직원들의 횡령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기업들이 경력직 채용에 더 민감해지고 있다. 조 대표는 “과거에는 후보자 업무능력을 우선시했다면 최근에는 도덕성과 인성 및 협업 역량을 요구하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잘못된 채용에 대한 리스크는 직원 개인뿐 아니라 회사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로 타격이 크다”며 “채용 실패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평판 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뿐 아니라 판교의 정보기술(IT) 기업들 의뢰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조 대표는 전했다. 그는 “이미 틀이 갖춰진 대기업은 직무능력 검증을 우선시하는 반면 창업으로 커진 IT 기업은 사람이 자산이기 때문에 서로 호흡이 맞으면서 상대를 배려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했다. 블라인드 채용하는 공공기관들도 객관적인 AI평판조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그는 덧붙였다.
‘직장인들은 평소 어떻게 평판 관리를 해야 할까’를 조 대표에게 물었다. “평판조회 응답의 대부분은 일보다는 사람에 대한 것이에요.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 하고, 동료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등 직장생활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다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올 겁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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