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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역사의 화장품업체 레브론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공급망 문제를 겪으며 매출이 감소해서다.
16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레브론은 전날 미국 연방파산법 제11조(챕터11)에 의한 파산보호를 뉴욕 파산법원에 신청했다. 레브론은 1932년 설립된 화장품 기업으로 엘리자베스 아덴 등을 보유하고 있다.
레브론이 신청한 챕터 11은 파산법원의 감독하에 기업 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법원은 부채의 일부 혹은 전액 탕감이나 상환 유예 등으로 기업을 정상화하는 것이 청산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이익이라고 판단될 경우 '챕터 11' 신청을 받아들인다.
법원의 허가가 나면 레브론은 ‘DIP(debtor in possession·기존 경영권 유지) 금융’을 통해 5억7500만달러(약 7400억원)를 지원받게 된다. DIP는 법원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의 대주주나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해 계속 경영을 맡기는 제도다. 경영권을 보유하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다.
레브론은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파산 신청의 주원인이라고 밝혔다. 파산신청서에 따르면 레브론은 "충분하고 정기적인 공급이 불가능하다"며 "제품에 대한 고객 수요의 3분의 1을 적시에 채울 수 없다"고 했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제품을 배송하는 데에는 8~12주가 걸리고 비용은 2019년에 비해 4배 가까이 치솟았다.
경쟁 업체들이 부상한 것도 레브론에 위협이 됐다. CNBC방송은 "SNS 스타 카일리 제너의 카일리 코스메틱, 미국 팝스타 리한나의 펜티뷰티 등 최근 뷰티 시장 장악력의 핵심인 SNS를 잘 활용하고 있는 트렌디한 브랜드들과의 경쟁에 직면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과 겹쳤다"고 했다. 레브론의 2020년 매출은 19억달러로 전년보다 21%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소폭 반등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이전보다 낮다.
다만 레브론은 파산보호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전망은 밝다고 자신했다. 데브라 페렐만 레브론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제품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여전히 강력하고 사람들은 우리 브랜드를 사랑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부채 문제 등만 해결되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레브론은 다시 잠재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