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내부자의 주식 매도 계획을 사전에 공시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선다. 임원 등 내부자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기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이 밖에 물적분할 관련 소액주주 보호 강화 등을 통해 국내 주식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작용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주식시장 투자자보호 강화’ 세미나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거나 주가조작으로 시장 원리에 의한 가격 형성을 왜곡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회사 내부자가 주식을 매도할 경우 처분 계획을 사전에 공시하도록 해 정보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상장사 임원이 주식을 처분하고 난 이후 5일 이내에 공시하면 되는데, 이를 사전 공시로 전환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김유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금융위에 통보한 109건의 불공정거래 혐의사건 가운데 77건(70.6%)이 미공개정보이용 행위였다”며 “기업 내부자의 거래 사유와 거래수량·가격·기간 등을 사전에 공시하도록 해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운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의무공개매수는 제3자가 기업을 인수할 때 소액주주 지분도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김 부위원장은 “주식 양수도에 의한 경영권 변경 시 피인수기업 소액주주에 대한 보호장치를 마련하겠다”며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해외에서도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통해 소액주주에게 주식 처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 조사?수사체계도 개편한다. 이밖에 공매도 제도 개선, 물적분할 관련 주주 보호 강화, 상장폐지 요건 정비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부위원장은 “투자자들이 신뢰하는 투명한 시장을 조성함으로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선진 자본시장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는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유성 연세대 교수,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주제발표를 맡았다. 금융위는 세미나 내용을 토대로 자본시장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오는 3분기부터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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