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책도 읽었고 간간이 뉴스에 등장하는 그녀를 지켜봐온지라 화상 환자에서 대학교수로 돌아온 과정을 담은 《꽤 괜찮은 해피엔딩》의 출간이 몹시 반가웠다. 《지선아 사랑해》는 엄청난 고통을 잔잔하게 표현해 감동을 줬다면 《꽤 괜찮은 해피엔딩》은 사회복지학 박사이자 6년차 대학교수의 바이브로 희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저자는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뒤 미국 유학을 떠나 보스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재활상담학과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고 UCLA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늘 어머니의 보호를 받던 그가 미국에서 11년간 혼자 살며 생활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고되지만 보람찬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드디어 박사학위를 받고 2017년부터 한동대 상담심리 사회복지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초짜 교수’의 강의 현장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또한 연애 열망에 함께 가슴 두근거리다가 비혼으로 귀결될 때 절로 풀이 죽으면서도 응원하게 된다. 진솔하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읽는 내내 마음을 두드리는, 흔치 않은 감동을 안기는 책이다.
비교를 멈추고 감사를 찾았다
원망보다 감사의 마음을 갖고 견뎌온 《꽤 괜찮은 해피엔딩》 속 그의 삶은 독자도 전열을 가다듬게 한다.‘남과 비교하자면 나는 불행 중 최고로 불행한 사람이었고, 사고 전의 나와 비교하다 보면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다가 분함이 치밀어 결국 더 불행한 사람이 될 뿐이었다. (…) 그래서 비교하기를 멈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한 일들을 찾기로 했다.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사람들이 부러웠지만 살아남아서 가족과 친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수개월간 병원에서 화상 치료를 받고 퇴원한 이후에도 그녀는 40번 넘게 수술받았다. 이식한 피부가 오그라들어 입을 벌리지 못하거나 팔을 구부리지 못할 때 다시 자기 피부를 떼어내 이식해야 했다.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도 ‘잃은 것보다 내게 지금 남겨진 것에 감사하고, 남보다 못 가진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지금 누릴 수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길 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오리라’ 믿으며 지난 세월을 견뎌왔다.
《지선아 사랑해》와 《꽤 괜찮은 해피엔딩》이 아프면서도 가슴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책 속에 등장하는 품이 넉넉한 사람들 덕분이다. 가족의 헌신은 당연하다 하더라도 주변에서 사랑을 베풀어준 이들의 따사로움이 책 밖으로 뿜어져 나와 읽는 내내 마음이 훈훈해진다.
자기 자신에게 관대해져라
이지선 교수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고 싶은 마음에 사회복지학을 선택했고, 장애인을 돕는 푸르메재단의 홍보대사를 맡았다. 푸르메재단의 모금을 위해 두 번이나 마라톤 풀코스를 뛰었다. 7시간을 걸어 완주한 그녀는 ‘좀 힘들면 쉬어도 가고 ‘꼴찌면 어때’ 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 또 그다음 발걸음을 내디디면 좋겠다. (…) 포기하지 않으니 기적은 일어났다. 우리 모두의 인생에 그렇게 고비를 넘기고 포기하지 않기에 계속되는 기적이 일어나길 응원한다’고 격려했다.모두가 힘든 세상이다. ‘불행에는 본질적으로 좋은 것은 없지만 불행으로부터 좋은 것을 이끌어내는 것은 가능하다’는 이 교수를 만나면 투정 부릴 수 없게 된다. 불행한 일 때문에 끝까지 불행할지, 나쁜 일로부터 좋은 것을 이끌어내는 ‘외상 후 성장’을 할지 선택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서문에서 ‘살아남았다. 그래서 슬펐던 날도 있었고 살아남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았던 날도 있었다’고 토로한 이 교수의 당부에 귀 기울이자.
‘상처를 입은 후에도 가능한 한 일상을 유지하고, 할 수 없는 일 대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세요. 자기 자신에게 조금 더 관대해지세요. 희망에는 사람을 살게 하는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인생의 초점을 아픔이 아닌 회복과 성장에 두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