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기술 유출 공방 막 내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16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를 받은 A씨 등에 대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페이스 실’이란 OLED 소자에 대한 공기 접촉을 막아 디스플레이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기술이다.A씨는 2006년께부터 2010년까지 LG의 의뢰를 받아 페이스실 합착기를 개발해 납품해 왔다. A씨는 LG와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며 ‘이 과정에서 취득한 각종 영업비밀을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납품 거래처를 확대하기 위해 삼성 측과 접촉했고, 이 과정에서 A씨는 2010년 3∼4차례에 걸쳐 삼성 직원 B씨 등에게 LG의 페이스실 관련 기술을 설명한 혐의로 2015년 재판에 넘겨졌다. B씨 등 삼성 직원들은 A씨를 통해 LG의 영업비밀을 빼낸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핵심 쟁점은 A씨가 넘긴 자료를 ‘영업비밀’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법정에서 A씨와 삼성 측은 “해당 기술은 업계에 이미 알려져 있는 기술”이라며 “LG 협력업체가 보유한 기술을 구매할지를 두고 프레젠테이션을 들은 뒤 관련 자료를 건네받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대외적으로 이뤄진 프레젠테이션이어서 기밀로 볼 수 없으며, 구매 계약을 맺지 않아 경제적 이득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보가 다수에게 알려지지 않았는지(비공지성) △정보의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경제적 유용성) △정보가 비밀로 관리됐는지(비밀관리성)를 모두 인정받아야 한다. A씨와 삼성 측은 이 정보가 특히 ‘비공지성’을 갖추지 않아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법원 “공개된 기술 영업비밀 아냐”
1심은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유출된 자료 가운데 일부가 비공지성과 경제적 가치를 띠고 있고 내부적으로 기밀로 관리된 점에 비춰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A씨와 삼성 직원들에게 징역 4∼6개월에 집행유예 1∼2년을 선고했다.이 판단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된 건 A씨가 작성한 ‘페이스실 주요 기술자료’다. 재판부는 “이 내용을 보면 수년 전부터 업계에 이미 알려진 기술이 포함되는 등 비공지성이나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을 충족한 LG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이 포함됐다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페이스실 주요 기술 자료는 A씨 회사 홍보자료로, LG디스플레이가 영업비밀 원천자료라고 주장하는 자료와 비교해봤을 때 구체적인 내용이 생략됐다고 본 것이다.
A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 정보가 LG디스플레이와 일부 공동 개발한 기술 정보와 혼재돼 있어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 등도 참작됐다. 재판부는 또 “A씨가 만들어 건넨 자료가 LG디스플레이의 기술 정보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지 않고, 자료 속 내용을 LG 측이 영업비밀로 관리해 왔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런 2심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봤다.
오현아/최진석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