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에 있는 18홀 회원제 골프장 잭니클라우스GC를 포스코그룹이 약 3000억원에 인수한다. 홀당 160억원이 훌쩍 넘는 골프장 거래 사상 최고가다. 골프장 거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의 부동산 관리회사인 포스코O&M은 잭니클라우스GC 인수를 위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했다. 앞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칸서스자산운용은 잭니클라우스GC 매각 본입찰에 참여해 3000억원대 초반의 인수가를 제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매각은 예비인수자를 미리 정해놓고 입찰을 부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됐다. 예비후보자인 포스코O&M이 칸서스가 제시한 가격을 수용하면서 최종 인수자로 낙점됐다. 포스코는 당초 2650억원의 가격을 써냈다. 기존 가격보다 약 500억원을 추가로 높이면서 인수를 강행한 셈이다.
포스코는 인수전 초반부터 잭니클라우스GC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골프장이 포스코가 참여해 개발한 송도국제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은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 지분 29.9%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NSIC는 잭니클라우스GC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접근성이 좋고 국내 대표적인 명문 골프장으로 꼽히는 잭니클라우스GC의 가치를 감안하더라도 포스코가 기존에 제시한 금액도 이미 충분히 높은 수준이었다”며 “재무적인 관점보다는 그룹 차원의 마케팅 효과 등을 고려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회원제인 잭니클라우스GC는 매년 100억원 정도의 적자를 내고 있다.
잭니클라우스GC는 역대 골프장 거래 중 최고가를 기록하게 됐다. 현재까지 최고가 거래는 지난해 3월 국내 사모펀드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경기 이천의 18홀 골프장 사우스스프링스CC로 홀당 95억6000만원이었다.
앞서 강원 홍천의 클럽모우CC를 매각하기 위해 2500억원(홀당 92억원)을 제시한 칼론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던 하나금융-모아건설 컨소시엄은 일부 투자자가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자 매물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골프산업이 호황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골프장 몸값이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 종식으로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뒤에도 국내 골프장의 인기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장은 하루에 운영할 수 있는 경기가 제한적이어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몸값이 계속 치솟으면 골프장 거래도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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