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우유를 많이 마시는 남성이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전립선암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마린다대 연구진은 우유 섭취와 전립선암 발병 위험 간의 연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2만8000여 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약 8년간 추적연구를 진행했다. 암이 없던 참가자들로 구성된 참가자 중 하루에 약 430g의 유제품을 섭취하는 남성의 경우, 하루에 20.2g만 섭취하는 남성에 비해 전립선암 위험이 25% 증가했다.
식이 섭취량은 음식 빈도 설문지(FFQ)와 24시간 회상법을 통해 수집했다. 전립선암의 가족력, 신체 활동 및 알코올 소비, 전립선암 검진 등에 관한 정보도 집계했다.
연구 저자 개리 프레이저 교수는 "유제품의 성호르몬 함량으로 인해 전립선암이 발병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며 "유제품 및 동물 단백질의 섭취가 전립선을 포함한 특정 암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호르몬인 IGF-1과 연관이 있다고 발표한 과거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클리니컬 뉴트리션 저널(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에 최근 게재됐다.
이에 국내 전문의들은 "유제품 섭취가 직접적으로 IGF-1 호르몬의 수치를 증가시켜 전립선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인과관계를 밝힌 것이 아니며, 서구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국내에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내 성인의 하루 우유 섭취량은 서구에 비해 아주 낮고, 다른 음식을 통한 유제품 섭취량도 매우 적어 본 연구 결과가 한국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우유가 암을 유발한다는 일부 연구는 유제품 섭취량이 많은 서구인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우유 섭취량이 적은 한국인의 경우 하루 1~2잔의 우유 섭취를 권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김형미 동덕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사람은 다양한 음식을 먹기 때문에 특정 식품을 전립선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오히려 19세 이상의 성인은 하루 1~2잔(1잔=200g)의 우유를 꾸준히 섭취할 경우 건강상 이득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유 속의 IGF-1은 단백질인데, 이 성분은 위산과 소화 효소에 의해 파괴되므로 우리 몸에 직접 흡수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면서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을 약으로 투약할 수 없는 것과 유사하다. 오히려 인체에서 IGF-1의 혈중 농도는 유전적 요인, 체중과 신체 건강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히 암에 걸렸을 때 증가할 수도 있다. 따라서 암 발병률이 반드시 우유 속에 있는 IGF-1의 영향이라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