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꼽히는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사진)이란 작품이다. 현대인의 고독을 고스란히 담아낸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식당을 그린 것뿐인데 고독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
작품 속 상황은 너무나 흔하고 익숙한 일상의 모습이다. 어쩌면 우리의 어제 또는 오늘 밤의 모습일 수 있다. 차가운 밤 공기와 적막함,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간 작은 식당, 밥을 먹으면서도 다 털어내지 못한 오늘의 무게, 내일을 또 살아내야 하는 버거움. 이 모든 상황과 분위기, 감정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그림 속 인물들도 비슷할 것 같다. 지친 하루의 끝자락에 누군가는 배를 채우기 위해, 누군가는 돈을 벌기 위해 그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
호퍼, 현대인의 초상을 담다
호퍼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림에 담아낸 것인지 모르겠다. 그는 오랫동안 직장인으로 일하며 현실과 꿈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고 고군분투했다. 평범한 현대인의 초상 그 자체인 셈이다.그는 미국으로 건너온 네덜란드 출신 부모님의 사랑과 지원을 받으며 자랐다. 화가의 꿈을 키우며 뉴욕 미술학교에 들어가 열심히 공부도 했다. 하지만 꿈은 생각보다 멀리 있었다. 그는 광고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그림을 꾸준히 그렸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개인전도 38세에 처음 열게 됐지만, 한 작품도 팔지 못했다.
그런데 41세 때 결혼한 뒤 급변했다. ‘아침의 해’ 등 그의 작품엔 여성이 많이 등장하는데, 대부분이 아내 조세핀 버스틸 니비슨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화가였던 조세핀은 호퍼의 그림 세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직접 모델이 돼줬다. 이 덕분에 호퍼는 두 번째 개인전에서 모든 작품을 판매하며 유명해졌다.
고독을 비추는 따뜻한 빛
호퍼의 작품 속 인물들의 고독은 ‘빛’을 통해 더욱 두드러진다. 주로 창문을 통해 빛이 쏟아지고 있는 순간을 담아내 빛과 어둠을 대비시킨다. 그 대비는 공간과 인물에 나타난 그림자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강렬한 빛으로 더욱 길고 어두워진 그림자는 인물의 깊고 어두운 고독을 표상한다. 하지만 그 외로움이 차갑게 느껴지진 않는다. 따뜻한 빛 덕분에 고독이 지나치게 치명적이거나 위협적이진 않아 보인다. 대공황 시대, 미국인들이 그의 작품들에 열광했던 건 아마도 이 따뜻함 때문일 것이다.소설가이자 시인인 헤르만 헤세는 이런 말을 했다. “말로 갈 수도, 차로 갈 수도, 둘이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 한 걸음은 자기 혼자 걷지 않으면 안 된다.” 인생의 모든 순간엔 내가, 또 우리가 있다. 그러다 결정적인 순간이 올 때면 오롯이 나의 숨소리만 들리는 외로운 길을 걷기도 한다. 그래서 고독은 영원할 것이고, 나를 더욱 빛나게 해줄 것이다.
◆‘7과 3의 예술’에서 7과 3은 도레미파솔라시 ‘7계음’, 빨강 초록 파랑의 ‘빛의 3원색’을 의미합니다. 이를 통해 큰 감동을 선사하는 예술가들의 삶과 철학을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