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목동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송모양(10)은 지난 11일 한 입시업체가 주최한 수학경시대회에 응시했다. 응시료 3만원을 내고 시험을 본 뒤, 성적 분석표와 함께 취약한 영역에 대한 진단을 받았다. 송양의 어머니는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으니 아이의 수준을 알 수 없어 응시했다”며 “성적표를 기반으로 맞춤형 과외를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력 저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최근 사설시험을 찾는 학부모가 부쩍 늘고 있다. 13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이 업체가 올해 4월 초 시행한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의 1~3학년 대상 영어·수학 경시대회 응시 인원은 5400명으로 2019년 4040명에 비해 34% 증가했다. 종로학원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초등 저학년 아이의 학습 능력을 점검하고 싶어 하는 부모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시험을 보지 않은 지 오래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어릴 때부터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전교조 등 진보 교육단체 반발에 밀려 2017년 이후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지필 시험을 없앴다.
사설시험 인기가 치솟자 사교육 업체들은 “전국 단위 시험을 통해 아이의 학습 수준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준다”며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천재교육은 올해 처음으로 초등학생 대상 ‘전국 국어 학력평가’를 신설했고, 에듀테크 기업 NHN에듀도 초등학생 대상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를 처음 치렀다. 이 업체는 시험을 치고 나면 인공지능(AI)이 분석한 성적표를 제공한다.
사설시험 급증과 함께 사교육비도 치솟고 있다. 교육부의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는 총 23조415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7년 조사가 시작된 이후 최대다. 전년 대비 21%인 증가율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